'Condition-Light'
빛과 어둠, 색과 공기의 흐름처럼 만질 수 없는 것들은 통제할 수 없기에 장면의 분위기를 바꾼다. 우리가 어두운 뒷골목에서 두려움을, 하얗게 내리쬐는 빛에서 백사장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가 빛의 밝기나 색으로 감각하는 거의 모든 장면을 학습에 의해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성을 잘 이해한 영국의 감독 데릭 저먼은 형태가 모호한 블루 스크린의 빛 변화만으로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영화 <블루>를 만들었고, 잘 짜인 무대 스태프 목록에는 언제나 '조명감독'이 있다.

작가 도성욱 역시 빛과 안개, 어둠과 색에 주목했다. 아득한 숲길과 부서지는 물결,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마천루가 서 있는 회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물보다 빛이다. 푸른 빛 속에 갇힌 숲은 새벽의 청초함을 드러내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 고층건물들은 도시의 열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빛의 변화로 장면을 구성하는 작가 도성욱의 표현 방식에 대해 가나아트센터는 "숲을 단순히 빛을 그리는 재료가 아닌 빛을 통하게 하는 통로로 바꿔 주면서, 작가의 상상력에서만 존재하던 빛은 우리와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화 속 풍경은 흐르는 물의 세기나 잎의 형태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이지만, 그 장면이 이루는 분위기는 충분히 몽환적이다. 작가는 빛을 이용한 회화로 실제 장면을 꿈결처럼 재구성하고 관람객은 모호함과 사실 사이에 있는 회화를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여태껏 일곱 번의 개인전을 치른 작가 도성욱이 여는 전은 가나아트센터에서 7월 24일까지 열린다. 자신의 작업을 "제 스스로 묻어버렸던 것들을, 다시 찾고자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빛'을 감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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