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영 '네오 바빌론'전채석장, 묘지 등 시간 초월한 장소성 통해 피사체의 '원형' 강조

경상남도 함양군
인간은 기본적으로 건축물에 기대 산다. 원시시대 비루한 거주공간부터 문명화된 사회에 등장한 수많은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 순수히 삶을 위한 건축물이 점차 '욕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거스름의 속도와 폭이 두드러졌다.

애초에 건축(建築)은 '땅을 두드리고 세운다'는 의미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인공적인 힘을 가해 변형을 시킨다는 말이다. 건축을 뜻하는 영어 'Architecture'는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archi'에서 나온 말로, 결국 동서양에서 건축이란 자연을 통제하고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유래한다고 하겠다.

사진작가 안수영은 그러한 건축에 내재된 '욕망'의 본질을 최근 <네오 바빌론>전을 통해 예리하게 건드리고 있다. 우선 '네오 바빌론'이라는 전시 타이틀부터 작가 특유의 비틀고, 꼬집는 색깔이 묻어난다..

작가는 "인류의 문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바벨탑이 만들어진 고대 바빌론 시대를 빌어 인간의 욕망과 건축물의 관계성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이번 전시는 건축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작가의 작업세계의 연장에 있는 셈이다.

이전 전시 <다큐먼트>에서 과거의 건축물인 사진관을 대상으로 하여 현대의 시간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고, <眩/迷/景(현/미/경)>에서는 현대에 세워진 건축물이라도 사실은 과거 문화적 관습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강원도 평창군
이들 두 전시가 사회적 가치를 가진 피사체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데 반해, <네오 바빌론>전은 시간성을 많이 배제하고 장소성을 특히 강조한다. 즉 시간 속에서 피사체가 갖는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피사체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 작가에게 바빌론은 특정한 역사적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문명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갖고 있는 이상 언제든지 우리 역사에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장소이다. 전시작인 채석장, 짓다만 건물, 발전소의 위용 등을 비롯해 맨 끝에 전시된 묘지는 죽어서까지 무덤이라는 구조물을 남기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한편 그러한 욕망의 상징물들이 놓인 배경은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자연으로 상당히 미화돼 있다. "바빌론 신화에선 하느님이 바벨탑을 심판하는데, 내 작품에서 절대자는 '자연'입니다. 아직 심판을 보류하고 너그럽게 봐주고 있죠."

자연을 대신한 경고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함을 일깨우는 이번 전시는 7월 29일까지 한국예탁결재원 문화갤러리에서 열린다. 02-3774-3000


경기도 김포시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