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상주 국수집>은 찬찬히 품을 들여 뽑아내는 손국수처럼 느리고 깊다. 기다란 면을 직접 뽑아 너른 곳에서 말리고, 먹기 좋게 잘라 포장해서 파는 작은 국수집. 그렇게 간결한 과정처럼, 모녀는 긴 말이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단 하루, 간절했던 시간만을 기억하는 엄마와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딸. 모녀가 갇혀 있는 하루가 지나고 세월이 쌓여 국수집 사이사이에 보관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병원에서 외박을 허락 받아 나온다. 딸은 열 달이 넘도록 바삐 움직이던 어머니가 결국 '기억의 최종 종착지'인 그 날을 정리하고자 나온 것을 직감한다.

여태 어머니 곁의 기억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군대에서 탈영한 아들을 기다리기 위해 세상으로 돌아온 어머니. 탈영병인 아들을 어머니가 신고했고 딸은 신고를 도왔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 딸은 어머니에게 현실을 일깨우려 하지만 녹록치 않고, 자신도 점차 그 날의 기억에 빠져들게 된다.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어머니.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가운데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함께 맞이하여 받아들이고, 아들의 죽음을 인지한다.

간결하고 깔밋한 무대 구성과 적은 등장인물의 구성은 연극 <상주 국수집>의 '몸말'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말과 행동, 정서의 일체감을 보여주는 이 '몸말'은 간결한 대화, 공기와도 같은 배우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힘을 얻는다.

여기에 극중 배경인 상주 방언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불어넣고, 방언에서 연극적 언어의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9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소극장 판. 02)3279-223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