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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국민은 全家의 코미디를 원치 않는다
전재용, 괴자금 170억원 출처 조사에 '초라한 등장'

형제 중 아버지를 유난히 닮은 듯 넓은 이마. 야구 모자에 푹 눌려 그 넒은 이마를 완전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대통령의 아들은 카메라를 피해가진 못했다. 낡은 검은색 코트 위로 칭칭 감은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렸으나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반사되는 안경 너머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170억원 대 괴자금’의 주인공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40)씨. 그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입을 꼭 다문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1996년 3월, 12ㆍ12 및 5ㆍ18사건 첫 공판 당시 법정에서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고 강경대 군의 아버지 강민조씨에게 주먹질을 한 젊은 날의 패기(?)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누군지 다 알려진 미녀 톱 탤런트 P양과의 관계마저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의 등장은 이래저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뜻밖이었다. 1994년 단종된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콩코드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그의 ‘초라한 등장’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까. 지난해 4월 법정에서 ‘무일푼’을 주장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다 써서 지금 재산은 고작 29만1,000원 뿐” 이라던 아버지와, 폐차 직전의 콩코드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큰 손’ 아들의 계산된 의도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재용씨는 검찰에서 170억원 상당의 괴자금에 대한 출처조사를 받았다. 서울 이태원의 10억대 호화빌라 3채의 분양대금 20여 억원, 2001년 J사 명의로 사들인 이태원 외국인 임대주택 매입 자금 6억원, 미국현지법인 O사와 P사에 각각 투자한 총 100만 달러 등이 그 대상으로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외할아버지(이규동씨, 2001년 사망)로부터 물려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아버지(전 전대통령)가 남긴 비자금 일부로 보고 있다. 외할아버지가 그만한 돈을 외손자에게 물려주는 예도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머리를 쥐어짜낸 고육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심은 이제 170억원의 ‘몸통’으로 향한다. 퇴임후 10여년 동안 꼭꼭 숨겨온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과연 세상 밖으로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그룹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꼬리가 잡힌 2,000억 원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아들의 돈 씀씀이로 일부가 겉으로 드러났지만 그 실체를 벗겨내려면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2-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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