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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리랑 TV 구삼열 사장
"세계화 앞장서는 국책방송으로 거듭날 터"
프로그램 차별화로 승부 의지


소문난 ‘국제통’이니 실리적 감각이 탁월하리라 예상했다. 더구나 유니세프 시절에도 1억 달러 이상 모금에 성공한 전설적인 세계 시민이 아닌가. 도대체 그런 잘 나가는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거듭된 낙하산 인사와 재정 위기로 노조가 반발하는 등 분란에 휩싸인 아리랑 TV의 CEO를 맡게 된 것일까.

하지만 구삼열(62) 아리랑 TV 사장과 첫 인사를 나누는 순간, 궁금증은 풀리기 시작했다. “아리랑 TV는 외국어 영어 방송이 아니라 세계 공용어 국책 방송입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의 길잡이가 되고 젊은 한국 학생들의 세계화 교육에 앞서가는 채널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첫 마디부터 ‘아리랑 TV’의 세계적 위상과 역할을 거듭 강조하는 구삼열 사장의 모습은 한국 알리기에 팔을 걷어올린 ‘민간 외교관’에 가깝다. 세계 시민으로서 조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게 구 사장의 솔직한 이유다.


지난해 말,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아리랑 TV 노조의 사장공모제 주장을 꺾고 그를 발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장관의 측근인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이종사촌이라는 점에도 의구심이 일었다. 하지만 이 같은 미심쩍은 분위기는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었다.

△ 탁월한 국제감각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65년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뒤 미국의 소리, 미 AP 통신 본부편집인 등을 역임하고 UN 공보처 국장, UN본부 특별기획본부장을 거치면서 체득한 탁월한 국제 감각으로 침체된 아리랑 TV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 “처음 직원들을 대했을 때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 여간 당혹스럽지 않았다”는 구 사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해보자’는 희망을 심는 일에 주력했다고 한다. “오전만 해도 직원들로부터 4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니 분위기는 최고죠. 어려운 여건이지만, 싸움할 준비도 동냥할 준비도 돼 있습니다.”

96년 개국한 아리랑TV는 위성을 통해 140여 개국에 전파를 쏘는 국책 홍보 방송. 현재 해외로 방송되는 위성TV 2채널과 국내 TV 2채널, 라디오 1채널(제주방송) 등 총 5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 방송임에도 운영재원의 45% 정도를 광고 등 자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 이에 구 사장이 금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은 예산 확보다. “안정적 재원 확보가 좋은 방송의 선결 과제이지요. 금년은 지난해 보다 30억 늘어난 360억 가량이 확보된 상태인데 최소 400억은 돼야 합니다. 지금은 자체 제작비율(17.5%)이 너무 낮고 재방송편성비율(50%)은 너무 높은 등 재정 문제로 기본적인 방송 요건을 못 갖추고 있습니다.”

그는 독일해외방송인 도이체 벨레(DW)를 바람직한 해외 방송 모델로 내세웠다. 구 사장은 “해외 합작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수완을 보이는 도이체 벨레의 경우 97%에 달하는 재원을 국고에서 지원 받는다”며 국가적인 관심을 강조했다. 후원회 결성도 서두를 예정이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명확한 목표만 있으면 재원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구 사장의 신념이다.

△ “인사구조 선진화로 활력 불어 넣겠다”



프로그램의 차별화에도 승부를 건다. 주된 방향은 ‘인종 차별 편견’ 극복. 오랜 외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종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진 것 같다는 우려도 보태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교민들과 한국인들이 외국인과 함?더불어 사는 성공사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선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부터 시작해 외국의 소수민족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 과테말라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한국 사업가 등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6㎜ 카메라와 VJ 시스템을 활용해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려고 합니다.”

이런 열린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사구조의 선진화가 필수적인 요소. 구 사장은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차별 구조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간부회의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어요. 여자나 장애인이 한 명도 없더군요. ‘이게 해병대인가’ 싶기도 하고, 너무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珥求? 이런 내부 인사에서부터 남성 우월적 편견을 깨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더 흥미진진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구 사장은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2005년에 양국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리랑 TV는 ‘Korea & Japen Festa 2005’ 행사 등을 준비하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올 한 해 동안 그 동안 축났던 ‘몸’을 다시 만들고, 내년부터는 진짜 승부를 하겠다는 다짐으로여겨졌다.

사족 하나. 기자의 개인적인 관심거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는 모든 한국인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영어공부 방법. 단시간에 글로벌 시대의 주요 경쟁력인 영어를 정복하는 법을 물었다. “직원들이 우리말로 질문해도 영어로 답변을 한다”는 그는 아리랑 TV 사장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답변을 했다. “학생을 둔 가정에서 하루 한 시간씩 둘러앉아 아리랑 TV를 본다면 공부도 하고 재미도 얻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외국 유학생의 경우 갓김치나 장구 등 한국의 문화를 담은 프로그램을 많이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틈에 그는 자신의 상품을 파는 완벽한 세일즈맨이 돼 있었다.

사족 둘. 구 사장의 부인은 어쩌면 그 보다 몇 배는 더 유명하다. 첼리스트 정명화(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씨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2-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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