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조류독감 공포, 언론도 책임


“닭 먹고 죽는 사람은 없고, 닭 안 먹어 죽는 사람은 있네?”얼마 전 30대 통닭집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조류 독감으로 인해 극심한 영업 부진을 겪다가 처지를 비관해 왔다는 데. 결국 다수의 편견이 사람을 죽인 셈이니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수의사로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염려가 크다. 이번 조류 독감 파문과 비슷한 예가 1997년 대만의 구제역 사태다. 당시 대만에서 돈육 수출은 성장 산업이었지만, 구제역 발생과 동시에 국민들이 호들갑을 떨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축산업 자체가 거의 붕괴되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축산업의 붕괴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 종사자들이 실직을 하며 다른 업종으로 유입되고 더 많은 실직과 장기적인 불황을 불러 왔다.

이번 조류독감 사태 또한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바이러스 특성상 백 신개발이 불가능하고 전파력도 강하다. 그러나 더욱 두려운 것은 공포감 조성이다. 방송에서 연신 닭 매몰 장면을 보여주고, 1억분의 1도 안 되는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런 ‘호들갑스러움’ 때문에 조류독감은 진정 두려운 재앙이 될 수 있다. 축구만 세계 4강이면 뭐하겠는가? 우매한 집단 행동을 옆에서 보고도 그대로 따라 한다면 말이다. ID 미인송 (인터넷 독자)

입력시간 : 2004-02-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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