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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좌충우돌 비판의 칼을 휘드르다
이문열씨, 정치권 향해 강도높은 독설



건강한 보수세력으로서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며 한나라당 공천심사에 참여한 이문열(56)씨. 지난달 말, “싹수가 노랗다. 절망적이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비판의 포문을 연 그는 “막상 들어와 공천 심사를 해보니 자폭을 권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라며 사람들은 거침없는 그의 직언(直言)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정도의 ‘처방’에도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였을까. 그는 멈추지 않았다. “4년 뒤에는 자민련 꼴 날 것”,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은 폭삭 무너져야 한다”고 까지 했다. 분명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자격으로서의 발언이었다.

이 즈음에서, 자신의 손으로 털어 넣은 ‘약’을 쓰다고 해서 도로 뱉어내자니 안 봐도 뻔한 코미디.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였을 터.

그는 자신에게도 비판의 날을 갖다 댔다. “밖에서 저 사람들 잘라야지 하고 들어 왔는데, 의원들로부터 설명을 들으니 아는 것 없는 우리가 설득돼 버렸다.” 솔직한 그의 심정이자 자탄이었다. 기득 정치권의 높은 벽을 에둘러 보여준 격이다.

그의 강도 높은 비판은 집권 세력과 진보 진영에도 이어졌다. 12년만에 펴낸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문이당)’를 통해서 였다. 여기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포퓰리즘적 제후’라 명한 뒤 “재작년 대통령 선거로 한층 날개가 자란 포퓰리즘이라는 유령이 정치판을 활개짓하며 휘젓고 다닌다”며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에서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우울하고도 불길한 예감을 자아낸다”고 했다. 그리고 “해질녘까지 남은 두어 점(點) 거리 길을 이번에는 어김없이 가기 위해 신들메를 단단히 고쳐 맨다”며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 문학에만 전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겠냐만, 이씨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위촉 받을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외부 심사를 부탁 받은 황석영씨의 발자취와 비교하면 그에 대한 비판은 본격적이다. 군사독재시절 문학계의 참여-순수 논쟁에서 보인 그의 모습을 사람들이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결국 군사독재시절에는 ‘순수’라는 이름하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황석영씨 등의 ‘참여파’가 이뤄 놓은 ‘민주정부’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의 행동에 대해 ‘코미디 같다’고 일침을 날린 서강대 손호철 교수의 직격탄이 예사롭지 않다.



정민승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02-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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