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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지명스님, 요트에 믿음 싣고 태평양 횡단
구도의 길 찾아 풍파를 넘다

“ 부처님에 대한 믿음 하나로 태평양 횡단에 나서, ‘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라는 깨달음과 영원한 피안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무소득의 소득’을 말하는 전 법주사 주지 지명(之鳴ㆍ56)스님의 말씀에서 해탈의 법력마저 느껴졌다. 5월 8일 오후 1시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승려 2명과 신도 4명 등 6명의 승객이 닻을 내렸다. 지난 1월 10일 미국 샌디에고 항을 뜬 지 120여일만에 다시 밟아 보는 땅이다. 이날 길이 15m, 무게 15t 가량의 중고 요트 ‘바라밀다’호를 둘러 싼 것은 부산시 오거돈 시장 권한 대행과 불자 등 500여명의 뜨거운 환영이었다. 모두 3,200여㎞를 헤치고 이뤄 낸 드라마의 끝이었다. 2월 2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 3월 13일 다시 출항해 모진 풍파를 헤치고 4월 17일 일본 오이타항에 닻을 내린 것.

스님을 바다로 이끈 것은 재일 동포 김원일씨가 쓴 ‘ 태평양 요트 횡단기’였다.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 나 수행승답게,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도의 길을 찾기 위해 결심한 고행길이었다. 요트의 상태가 고행에 한몫 단단히 했다. 미국에 있는 ‘지명스님 태평양 횡단 추진위원회’ 소속 회원 200여명이 갹출해 구입한 20년된 보트. 낡은 중국산 엔진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기름을 제대로 실을 수 없어 사실상 요트에 가까웠던 것. 스님은 “시속 40노트 정도의 강풍과 높이 6~7m 정도의 파도를 동시에 만났을 때는 정말 죽는가 싶어 ‘아이고 부처님’ 소리가 절로 나왔다”며 “멀고도 험한 바닷길에서 공(空)과 내면의 평화에 대한 깨달음을 정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무풍지대에 갇혀 3일을 꼼짝 없이 지내야 했던 일도 힘들었다고 한다.

한편 항해에 동참한 사람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와이 백련사 주지로 있는 세인 스님을 비롯, 김정자(64) 이영화(54) 김옥희(64) 홍영숙(56) 씨 모두 5명이 그들이다. ‘노인 군단’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이들은 누룽지나 컵 라면 등으로 하루에 한두끼 식사만 했는데, 그나마 기후가 나빠 배가 요동치는 날에는 굶으면서 항해를 계속했다. 이들의 마지막 시련은 쓰시마 앞 바다. 정박 중 바람에 밀린 선체가 방파제의 돌과 부딪쳐 선체에 손상을 입혔던 것.

스님은 “험한 바닷길에서 ‘공(空)’과 ‘내면의 평화’에 대한 깨달음을 정리했다”며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나의 도전이 작은 용기라도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또 “앞으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조그만 요트에 몸을 맡기고 남태평양을 횡단하며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일보, 서울경제신문, 부처님 오신날 봉축 위원회 등의 주최로 이뤄졌다.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5-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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