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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장애인의 性에 귀 기울이자


10월 16일 서울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장애인 성 향유를 위한 아카데미’. 이날 아카데미 참석자들은 주최측과 취재진을 모두 합쳐 봤자 20여명에 불과할 정도의 보잘 것 없는 외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장장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강좌에서 쏟아져 나온 장애인들의 외침은 간절하고도, 뜨거웠다.

그들의 함축적인 메시지는 그야말로 간결했다. “ 장애에 위축되지 말고, 성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누려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지극히 당연하고도 간단한 주장을 펴기 위해, 10시간 가까이 열변을 토해내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 장애인이 성 욕구를 표현하면, 병신 xx하네 소릴 듣기 딱 좋잖아요.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선 일반인들이라고 해서 성에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장애인들에겐 특히나 억압적이죠.” 한 참석자는 장애인으로부터 ‘성을 거세해 버리는’ 사회의 무지에 대해 거칠게 항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석자들에겐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수두룩했다.

예를 들면, “ 이성 친구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키스도 나누면서 전 점점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겼지만, 그 친구는 조금만 몸이 부딪혀도 괜찮냐고 하면서 지나치게 ‘ 친절’하기만 했어요. 결국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헤어지고 말았죠”, “ 장애에 따른 특수한 사랑법을 몰라서 남자 친구와 첫 관계 때 그만 실수를 저질렀어요. 척수장애인은 미리 소변을 봐 둬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삽입시 남자 친구의 몸에 오물을 뿜었거든요. 그 직후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고, 많이 방황했어요” 등.

사회로부터 무성(無性) 취급을 받아서, 혹은 장애에 따른 성 지식을 배우지 못해서, 기본적인 성 욕구를 억압하고 살아왔던 그들의 목소리. 늦었지만, 그래서 더욱 반갑다. 물론 여전히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장애인이라면 당연히 상처 받고, 보호 받아야 할 약자라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틀에 갇힌 장애인상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가장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 차별 받는 장애인들의 메아리는 그래서 아직은 애달프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10-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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