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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북을 접으며] 뉴딜정책 불협화음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제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던 백봉 라용균 선생을 기리기 위해 기념사업회(회장ㆍ이만섭 전 국회의장)가 제정한 ‘백봉 신사상’이란 게 있다. 주요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여 ‘가장 신사적인 국회의원’을 선정, 수여하는 상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상이 제정된 1999년부터 모두 네 차례나 수상자로 선정된 ‘다선’ 의원이다. 올해도 어김이 없었다. 정치판에서 신사 중의 신사로 통하는 그에겐 어쩌면 당연한 훈장이다.

그런 김 장관이 요 며칠 뜻밖에 정치 공방의 주역으로 서게 됐다. 맞상대는 한나라당도 민주노동당도 아닌, 같은 여권의 식구들이었다. 한솥밥 먹는 처지에 얼굴을 붉히게 된 발단은 ‘가마솥’이었다.

당ㆍ정ㆍ청 핵심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뉴딜 정책의 재원으로 국민연금 등 연ㆍ기금 동원령을 내리자, 김 장관이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을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반대 입장을 밝혀 여권에 일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한때 주식 투자를 했다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어 국민들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받기도 했던 국민연금의 운용 책임자로서, 김 장관의 그 같은 입장 표명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국민을 향한 충정에 격려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일말의 미심쩍은 시선조차 불식시키기에는 ‘때늦은’ 타이밍이나 ‘돌출적인’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권 핵심부는 김 장관의 발언을 주무 장관으로서 의당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의 여진이 완전히 가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인 듯하다. 뉴딜 정책의 추진을 재확인한 지난 주말 회동에 정책의 대립각을 세운 두 당사자인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김근태 장관이 나란히 불참, 어색한 모양새를 이어간 것은 그 증거다.

이쯤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늘 배를 주린다고 내일 먹을 빵을 미리 먹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내일 먹을 빵을 오늘 조금 먹어서 당장 기운도 차리고 내일 먹을 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지혜다. 정부의 정책이 미봉책이 아니라 그런 지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 활성화도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연금도 국민을 위한 것이다. 어차피 정책을 추진하기로 작심했다면 진지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무의미한 말싸움을 계속 해봤자 힘만 빠질 뿐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11-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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