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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우리사회의 그림자 '마이너리티'


어느 사회나 그 사회의 마이너러티는 있기 마련이다. 그들 사회적 약자 내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진 서구 사회를 부러워 하는 것 역시 그들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 너머에 우리가 못 미치는 사회적 관용의 미덕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세계화 파고에 지구촌 동서를 불문하고 효율과 경쟁을 동력으로 한 ‘기업식 사고’가 주류 사회를 장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군사 문화 잔재와 민주화 과정에서 강요 받은 ‘집단적 도덕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중첩된 모순적 상황은 한국에서 주류와 다른 생각과 삶을 영위하는 마이너러티의 목소리를 더욱 희미하게 만든다. 결국 그들 중 일부는 자살이나 단식, 농성 등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자신의 존재조차 알릴 수 없다고 자조하면서 삶은 점점 위태로워 진다.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두 달 가까이 여의도 앞 거리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삼키는 것은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는 주류 사회의 ‘차가운 엄숙주의’ 이다. 착취에 가까운 부당 노동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눈물만 안겨 준 거짓 ‘코리언 드림’은 업주들의 불법을 넘어 그들을 언제든 용도 폐기 할 수 있는 도구쯤으로 여기는 한국 자본주의를 고발한다.

또한 이 땅의 탈북자들이 겪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막연했던 통일 한국의 미래에 불안의 그림자만 드리운다. 특히 지난 9월 23일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깃발을 흔들었으나, 현실은 오히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는 양상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라의 법(法)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주로 작용할 때 ‘법은 곧 주류 사회의 문법’일 뿐이라는 냉소를 피하기 힘들다. 한국의 마이러너티 리포트를 취재하며 짧은 시 한 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조신 차장 shinco@hk.co.kr


입력시간 : 2004-12-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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