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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꾹 참은 말


“우리 공화국을 적대시하고 기어이 고립 압살해 보려는 2기 부시 행정부의 기도가 완전히 명백해졌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정권을 잡은 이래 지난 4년간 아량을 보일 만큼 다 보였고, 참을 만큼 참아 왔다.”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선의에는 선의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선군정치를 따르고 있는 우리의 기질이다.”

설 다음날인 2월 10일. 북한은 외부성을 통해 쏟아낸 “핵무기 보유, 6자 회담 무기한 중단” 성명의 일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월 16일 63번째 명정(생일)을 앞두고 ‘참을 만큼 참은 끝’에 부시 2기 행정부에 쏟아낸 말이다.

CNN, KBS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세계를 매일 접하고 있다는 김 위원장은 외무성 성명 하루 전날(9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D. Kristof)가 쓴 “부시,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다(Bush Bites His Tongue)”는 제목의 칼럼을 보지 않은 게 틀림없다.

특히 크리스토프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평한 브래들리 마틴 (‘어제와 오늘’ 2004년 12월 23일자 ‘마틴의 두 백일몽’으로 소개됨)의 ‘어버이 수령의 지도아래 – 북한과 김씨 왕조’(작년 10월 15일 출간)를 읽어 보지 않은 게 확실하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 칼럼과 책을 보았다면 부시 대통령처럼 ‘말을 꾹 참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기자 시절 1994년 부인과 함께 89년 천안문사태 첫 보도 공로로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 상을 수상했고, 도쿄ㆍ서울ㆍ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다.

그는 9일자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부시 정부가 언급하거나 생각하기를 꺼리는 단어는 ‘북한’이다. 부시의 북핵 정책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중략)…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직했던 8년간 최소한 단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은 지난 2년간 6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중략)…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1990년대 초에도 고려됐지만, 지금은 북한이 플로토늄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군사공격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새로운 한국전쟁을 초래할 뿐이다.”

확실한 대안이 없기에 부시 대통령을 이를 악물고 말을 참고 있다고 그는 봤다. 언론계에서 동아시아 전문가로 평가 받는 크리스토프는 그 해결책이 브래들리 마틴이 주장한 ‘대타협’이라고 결론짓고, 또한 부시 정부가 이 길로 갈 것을 권했다. 크리스토프와 마틴은 닉슨 대통령이 마오 주석과 당시 적대국인 중국의 핵 보유 문제를 ‘대타협’(Grand bargain)으로 푼 것처럼 “북한을 국제사회와 정치, 경제적으로 연대시키는 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토프는 또한 마틴의 책은 이제껏 나온 책 중 북한의 현실을 가장 잘 분석하고 있다고 격찬했다. 특히 마틴이 92년부터 서울에서 100 여명의 탈북자들의 증언과 그의 네 차례 방북취재를 비교해 설명하는 북한의 현실은 대단히 정확한 분석이라고 평했다. “두 사람이 북한 김 위원장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부시대통령처럼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단정짓지 못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나 부시,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데로 말한다면 전쟁 가능성을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마틴은 특히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서울로 탈출한 두 벌목공의 입을 통해 나온 북한 실정, 1985~94년 당시 북한 주민들의 절망과 그 탈출구로 전쟁의 열망에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시현(1966년생, 82~89년 김정일 경호원, 93년 탈북)은 94년 인터뷰에서 “굶어 죽거나 싸우다 죽거나 죽기는 마찬가지다. 전쟁준비 때문에 이렇게 되어있다. 왜 전쟁은 빨리 일어나지 않는가”라고 당시 북한의 민심을 전했다.

다행히 크리스토프와 마틴은 현재 북한에서 과거와 같은 ‘전쟁에로의 절망’은 많이 줄어 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63세 생일상을 장식한 “항상 우리에게는 사탕보다 총알이 더 필요하다”는 구호는 무엇을 뜻하는가.

1994년 7월 ‘수령’ 사후 북한을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인민에게 위임 받고 있다는 김 위원장은 인민의 전쟁에로의 절망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야 한다. 최소한 크리스토프, 마틴 기자의 칼럼과 책을 읽어야 한다. 정말 자유 민주주의자라면.

입력시간 : 2005-02-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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