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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조영남과 야스쿠니


‘딜 라일리’를 불러 1968년 가수가 된 조영남(60)씨는 4월24일 일본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이 책은 4월28일 번역되어 나온 오사카 대학 명예교수인 고야스 노부쿠니 (일본 사상사 학회 회장 역임)의 ‘야스쿠니의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다. 이 책은 일본에선 ‘국가와 제사 : 국가 신도(神道)의 현재’로 2004년 6월께 나왔다. 일본의 진보적 학술잡지 ‘현대사상’에 2003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기고한 논문을 엮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국민가수’,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2005년 1월 나옴)이라는 책을 쓴 지일파로 알려진 조 씨. 2004년 9월 일본 기금 초청 문인으로 일본에 갔었던 그는 이번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와의 인연에 대해 털어 났다.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조 씨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배경무대… 아니, 그래서 떠오른 곳이 야스쿠니 신사”라고 답했다. “아니, 야스쿠니 신사 말인가요?” 국제기금의 담당자는 할말을 잃었다. 그의 눈에 야스쿠니 신사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이(신사의 두 기둥문)는 눈에 띄었지만 다른 신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참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 굉장한 장소일 거라고 세뇌 당했다”라며 웃었다.

‘참배’를 끝낸 조 씨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아무리 끔찍한 짓을 했어도 선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참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들을 범죄자 취급해야 한다며 합사나 참배를 괘씸한 짓이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식의 골은 좁혀지지 않지만 조 씨는 그 한 가운데 서서 이를 주시하고 싶다고 생각 한다.’(산케이 4월24일자 인터뷰기사에서)

조 씨가 지난해 9월 야스쿠니를 ‘방문’했을 뿐 ‘참배’하지 않았는데 이를 ‘참배’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2004년 9월과 지난 산케이 인터뷰때 통역을 한 우시오 게이보(56)는 20년 이상 한국어 통역을 한 베테랑. 그녀는 야스쿠니 신사와 조 씨의 인연을 한국인 친지들에게 편지로 전했다.

‘먼저, 조영남 씨가 야스쿠니 신사에 간 것은 2004년 9월 한 번 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한국이나 중국이 떠들썩한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까’ 그런 마음으로 간 것입니다. 막상 가 보면 특별히 놀라 만한 것도 없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도리이가 눈에 띕니다. 조영남 씨는 “일본의 홍보작전에 속았구나. 실은 별거 아닌 사찰 같은 건물을 그렇게 국제적인 화제거리로 만들고 나 같이 일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까지 여기 오게끔 만들었으니”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당연히 참배는 하지도 않았고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때 마다 (여러 번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강력하게 “안 했지. 왜 내가 해? 가기만 한 거야. 절대 안 하지” 그런 식으로 강력하게 부정 했습니다. 저도 이런 중요한 통역을 잘못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강조해서 아니라고 했습니다.’(우시꼬 게이꼬가 ‘한국인 여러분께’ 보낸 편지에서)

산케이 신문은 ‘참배’를 ‘방문’이라 정정 했지만 조 씨는 일본 언론에 의하면 “한국 언론에 맞아 죽다”가 되었다.

아쉬운 것은 ‘친일’, ‘지일’파를 자처하며, 신문에 칼럼을 쓰고, KBS의 ‘조영남이 만난 사람’이란 대담 프로까지 가진 조영남 씨의 무지다.

미국 플로리다 트리니트 신학대학원을 나오고, ‘친일 선언’책 까지 쓴 그는 전후 60년을 맞아 야스쿠니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 우파, 보수 정객들에게 던지는 뜻이 무엇인가를 알았어야 한다. 그걸 알려면 이런 역사 투쟁에 대한 ‘사상 투쟁을 기록한’ 책을 낸 고야스 노부쿠니 진보학자 그룹의 책이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고야스 교수는 ‘야스쿠니…’의 한국어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일본인이 야스쿠니 참배라는 형식으로 전쟁을 기억하려는 것은 야스쿠니가 한국과 중국 사람들에게 고통의 기억일 뿐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타인의 고통을 망각하고 외면하면서 그저 자신의 국가와 민족의 영광만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란 독선일 뿐이다. 그것은 역사를 자기만의 것으로 보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주장에 다름 아니다.”

고야스 교수는 우려의 눈으로 전후 60년의 일본을 보며 결론 내렸다. “국가가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국가가 전쟁을 치른다는 것과 더불어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자기중심적 행위다. 국가가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오직 자신을 위해서다.”

조영남 씨는 야스쿠니 신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 고야스 교수의 ‘야스쿠니의 일본’을 꼭 읽고 이번엔 일본에서 맞아죽을 각오로 ‘反 친일선언’을 쓰길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5-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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