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을 위해 감옥을 택했다

[피플] 뉴욕 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
자유언론을 위해 감옥을 택했다

워싱턴 연방법원에 도착한 주디스 밀러(오른쪽) 기자가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6일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누설 사건(Leak Gate) 심리에서 배심원에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법정 명령을 거부한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57ㆍ여) 기자를 법정구속, 수감했다.

밀러는 “기자가 취재원 보호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자유언론이란 있을 수 없다”며 “가장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는 정부가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정보를 공개하고 보도하는 언론 자유가 존재하는 사회”라고 말한 뒤 구속 집행에 응했다.

이 사건은 200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이라크 핵 물질 구입 시도설을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가 반박하자, 우파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요원이라는 사실을 칼럼에 공개했다. 윌슨 전 대사는 부시 정부 관리들이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부인의 신분을 누설했다고 말해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밀러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연방법원이 명령한 것은 노박에게 칼럼 재료를 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밀러에게 법정모독죄가 적용되긴 했지만, 쟁점은 언론의 취재원 보호와 정부의 수사권 사이의 관계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우선하느냐는 것이다.

밀러의 소속사 뉴욕타임스는 7일자 사설에서 “그는 보다 더 큰 자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 의해 언론에 부여된 그 자유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다”고 밀러를 두둔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법도 제정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수정헌법 1조다. 그래서 밀러에게 세상의 이목이 더 집중되고 있다.

1948년 뉴욕시에서 태어난 밀러는 오하이오 주립대, 버나드 칼리지, 프린스턴대 등을 거쳐 1977년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 근무를 시작으로 금융, 안보 및 미국 의회와 정치 등을 담당했다. 특히 중동의 핵확산 문제를 집중 취재해 2001년 퓰리처 상을 받았고, 알 카에다에 관한 그의 책은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9:33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