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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續 맥아더 동상


제헌절인 7월 17일 계획된 인천 맥아더 동상 타도시위는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범민련 의장 출신으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우리민족 연방제 통일추진회의 상임 의장인 강희남(86) 목사는 말했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제국주의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을 보고 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국이 전쟁을 유발해 지난 60년간 자국 군을 주둔시키고 군사,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지배해 우리 백성은 사실상 식민지 생활을 해왔다. 맥아더 동상을 없애겠다는 것은 민족의 정기를 살리고, 백성들이 정신적으로 깨닫자는 것이다.”

강 목사는 전두환 정권 때 국가원수 모독죄로 구속된 후 4ㆍ13 호헌 조치에 반대하며 40일간 단식을 했으며 남쪽 범민련 의장을 10년간 맡아 왔다.

그는 덧붙였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미군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소한 역사를 살리자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운동조차 하지 않는다면 역사도 죽고 민족도 죽는다.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다 2만 명이 죽었지만 독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그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애국심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결론지었다. “작은 일이지만 역사를 바꾸는데 씨알노릇이라도 해보자는 뜻에서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하루 수천 명의 시민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맥아더 동상이 서있는 자유공원을 찾는 시민 중 한 사람이라도 강 목사의 뜻을 이해할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시민들 가운데는 북한이 어떻게 나라를 세우고 6ㆍ25 한국전쟁을 일으켰으며 분단이 누구의 탓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 중 특히 국민대 초빙교수로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1984~85년 북한 유학. 89년 레닌그라드 대학 동방학부 박사. 3월2일자 ‘어제와 오늘’ 칼럼에서 소개)의 ‘북한 현대정치사’(1996년 7월 나옴)를 읽은 시민은 강 목사의 ‘역사 살리기’를 외면할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7월14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주최 광복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소련정치국 결정문과 1946~48년 북한정부의 출현’ 논문에서 강 목사 등의 ‘역사 살리기’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가를 적시하고 있다.

이 논문은 우리 민족연방제 통일추진회의가 목표하고 있는 ‘연방’의 상대쪽인 북한이 스탈린과 소련 정치국에 의해 성립된 단독정부이며 수령 김일성은 스탈린의 지령을 충실히 수행한 스탈린주의자임을 정확하게 분석해 냈다. 란코프 박사는 특히 ‘우리민족’측이 연방제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1948년 4월19~25일까지 평양에서 있은 남북협상이 속칭 4김 회담(남쪽의 김구, 김규식, 북의 김일성, 김두봉)이 스탈린의 지령에 의해 추진되었음을 밝혀냈다.

그는 1946~52년까지 소련 공산당 정치국의 한반도 관련 결정문 (공산당 수뇌부의 지령) 67건을 분석 끝에 북한은 스탈린이 만든 나라며 김일성은 그의 충실한 실행자였음을 결론냈다.

남ㆍ북 협상은 1948년 4월12일의 소련 공산당 정치국 지령에 의해 김일성이 제안해 이뤄졌다. 정치국 결정문은 ▲5월에 예정된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비난하고 ▲남한과 북한에서 외국군대의 즉각 철수를 주장한 소련의 제안을 지지하며 ▲이후 남ㆍ북 총선거 실시를 촉구하라는 내용이었다.

스탈린은 남ㆍ북 협상이 이뤄지고 있던 4월24일 모스크바에 있던 소련의 실질적인 북한 지도자인 소련 점령군 민정책임자 테레니 슈티코프와 함께 몰로코프 외상, 그의 장인인 즈다노프 이념담당 비서를 그의 별장으로 불렀다. “평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남ㆍ북 협상은 잘 진행되었다. 북한 주둔 1개 사단과 사령부는 철수하라. 소련 내에 북한 엘리트교육학교의 규모를 늘려라. 일본의 침공에 대비 1개 폭격기 대대를 보내라. 북한에서 현재 심의중인 ‘임시헌법’에서 ‘임시’를 빼라. 헌법 2조에서 권력조항을 ‘당과 인민에 있다’고 바꿔라. 신앙의 자유는 그대로 두고 토지상한은 5~20 헥타르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김일성에게 지령하라고 슈티코프에게 지시했다.

스탈린은 김구, 김규식이 김일성과 협상 중임을 알고도 이날 밤 정치국이 이 헌법을 승인한다고 결정토록 했다. 북한 단독정부 수립은 남ㆍ북 협상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스탈린과 김일성의 계획에는 포함되었다.

남쪽 두 김 씨의 평양행의 의미를 둘러싸고 서울에서는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맥아더 동상 철거시위에 나설 정도로 의견, 분석, 해석, 주장이 엇갈려 있다.

이번 학술 대회를 공동 주최한 동아일보는 란코프 교수의 이번 논문을 보고 7월15일자에 ‘소련이 배후 조종한 북한 정권’이란 사설을 썼다. 스탈린과 소련 정치국의 4월24일 결정 내용은 소련이 북한에 단독정부를 수립한 주범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의 논문은 이렇게 쓰고 있다. “당시 김구, 김규식 등 이른바 남ㆍ북 협상파들이 마지막까지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승만을 비롯한 남한 단정(單政)주의자들과 우파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일부 주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소련은 이미 1946년 5월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됐을 때 북한에 단독정권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분단의 책임 회피용으로 남북협상을 이용했음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희남 목사 등은 란코프 박사의 논문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또 토론해 보기를 바란다. 시간이 없다면 크리스찬 아카데미 명예이사장인 강원룡 목사(88세)의 회고록 ‘역사의 언덕에서’ 1권에 나온 김규식 박사와 남북 협상에 관한 결론을 보기 바란다. 강 목사는 말했다. 남북협상은 김구 주석과 김규식 박사 등 그들의 민족적 순정이 김일성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고.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5-07-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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