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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휴대폰 도청


“도대체 휴대폰 도청이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며칠 전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한창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안기부(현 국정원) 불법 도청 X파일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X파일 사건의 핵심 관련자 중 1명인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 씨가 98년께 휴대폰 도청 기술이 개발돼 국정원이 기자들의 통화 내역도 도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씨는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후 휴대폰 도청 사실도 폭로해 전국을 도청 공포로 몰아 넣는데 한몫을 했다.

휴대폰 도청 이야기가 나오자 국정원 등 정부 기관에서는 즉각 부인을 했다. 예전의 아날로그 휴대폰은 가능할 지 몰라도, 현재 국내 휴대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CDMA휴대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복제 휴대폰의 도청도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 같은 정부 당국의 단호한 설명에도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앞서 김 씨의 말뿐만 아니라 일반 통신전문가들 중에 CDMA 휴대폰의 도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통신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휴대폰 도청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잠잠하다 싶으면 터져 나온다. 가장 첨예한 논란을 빚었던 때가 2003년이다. 당시 정부가 휴대폰 도청 방지를 위해 98년 무렵부터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된 것이다. 당연히 정부는 펄쩍 뛰었다. 휴대폰 도청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지 기술 개발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주장을 희석시키는 의혹이 잇달아 부각돼 신뢰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정통부가 2001년 81개 주요 공공기관에 대해 휴대폰 도청에 대비한 예산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2003년 4월엔 청와대 비서관과 일부 국무위원에게 비화폰(도청방지폰)을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 같은 해 모 휴대폰 단말기 생산업체에서 비화폰을 개발해 신제품 발표회까지 가졌으나 국정원의 저지로 시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게다가 이달 27일 공표될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이동통신사들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휴대폰 감청시설을 갖추도록 해 더욱 의아심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 정부는 일관되게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은 여전히 남는다. 특히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모호한 태도가 그 중 하나다. 진 장관은 2003년 “미래 도ㆍ감청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은 계속 있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또 청와대 수뇌부의 비화기 사용여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 나중에 비공개로 답변하겠다”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리기도 했다. 이러니 국민들이 안심하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현재 정부나 통신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CDMA휴대폰은 도청이 불가능하다는데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 CDMA휴대폰은 코드분할 방식이기 때문에 주파수 방식인 아날로그 폰과 달리 도청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통신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화로 유통되는 메시지 중 시간 문제일 뿐 도청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X파일 파문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는 통신보안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CDMA휴대폰이라고 도청이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이미 관련 도청 장비가 개발되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론 비용이 많이 들어 개인이 사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국내 휴대폰 도청 가능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단 답변을 유보했다. 그 만큼 CDMA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휴대폰 사용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정부나 이동통신업체는 이제 더 이상 어정쩡한 태도로 휴대폰 도청 불가를 외쳐선 안 된다. 도청이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를 분명히 밝혀서 국민들의 혼란을 씻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업계, 전문가 등 도청 불가를 주장하는 측과 가능을 주장하는 측이 합동으로 공개적인 실험을 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3,800만 명이다. 국민 5명 중 4명 꼴이다. 그야말로 생활필수품이 돼 버렸다. 생활필수품은 편리성 외에 안전성이 생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


입력시간 : 2005-08-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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