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반짼데 내 차례는 아직도 멀었어요.” 소설(小雪)을 일주일 앞둔 지난 11월16일 오후, 서울 시흥동의 한 연탄공장 마당에는 높이 14.2㎝, 지름 15㎝, 무게 3.6㎏의 연탄을 받기 위한 소매상들의 트럭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떤 날은 7~8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멀리서 온 사람들은 더 일찍 연탄을 받으려고 공장마당에서 밤샘을 하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다 연일 치솟기만 하던 유가를 감당하지 못한 가정들이 연탄보일러를 들여 놓으면서 생긴 풍경이다. 연탄 소비량은 2000년 119만2,000톤에서 지난해에는 138만5,000톤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7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공장 관계자는 수요가 급증해도 연탄의 원재료인 분탄(무연탄)의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예전처럼 말복을 넘기면 자연스럽게 연탄광을 미리미리 채우는 게 아니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연탄 주문을 내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석탄공사 관계자도 10월말 비축탄 70만톤을 방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이 약간 늦어질 수도 있지만,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했다.

사정이야 어쨌든, 연탄의 수요 급증에 따라 희색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관련 업자들 뿐만이 아니다. 아련한 기억 속의 추억으로만 자리 잡고있던 연탄과 연탄보일러의 부활에 반갑기는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가스 불에 굽는 것보다는 숯불, 숯불보다는 연탄불에 굽는 것이 더 운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탄으로 아랫목을 데우는 가정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 곳은 드물다. 정치인마저도 그 이면의 의미에 천착하기보다는 연탄 배달 자원 봉사 등 자신을 홍보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느낌이다.

또 기름, 가스 보일러가 연탄 보일러로 회귀하는 등 추억의 연탄이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오는 원인을 유가의 상승에서만 찾고 있는 주변의 시각도 가슴에 쉬 와 닿지 않는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