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황 교수팀이 지난 5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배아줄기세포 논문과 관련,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15일 “줄기세포의 실체가 없다”고 말하고, 이에 힘입어 MBC PD수첩이 의혹에 관한 후속 보도를 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황 교수는 바로 다음 날인 16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줄기세포 기술을 분명히 지니고 있으며, 문제의 11개 줄기세포도 수립을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리상의 문제로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듣는 국민들은 어느 쪽의 말을 믿어야 할지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끝없는 소모적 논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마저 없지 않게 되었다.

상황이 급전직하로 바뀌면서 이제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연구 결과를 비판하는 측과 이에 대한 황 교수의 반박 주장이 분명히 제시된 만큼 신뢰할 만한 기관의 객관적인 검증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 기관으로는 현재로서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가장 합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황 교수도 줄기세포를 재연하겠다고 한 만큼 이의 결과를 기다려 보는 것도 필요하다.

논란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황 교수팀의 논문이 허위로 최종 판명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신뢰도와 이미지의 추락이다. 세계줄기세포허브까지 국내에 설치하며 생명과학의 우등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것이 엊그젠데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우리에게 쏠리는 외국의 시선이 어떨 것인지는 말을 안 해도 뻔하다.

당장 해외를 오가며 외국 사람을 만나는 한국인들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국내 과학계의 연구 위축이나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쉽게 단정하기 힘든다. 그러나 결말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과제와 교훈이 있다.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미래의 성장 동력인 생명과학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느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는 확고한 성과를 이루어 내야만이 황 교수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라 발전에도 기여할 수가 있다.

이와 함께 다시는 연구와 관련한 윤리 논란이 생겨나지 않도록 완벽한 관련 규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사실 그 동안 줄기세포 논란이 계속되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뒷짐만 진 채 그저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하루빨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두번째는 언론의 역할과 이를 둘러싼 취재 윤리 문제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논란은 미국의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불이 붙었으나,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MBC PD수첩이다.

PD수첩은 줄기세포 연구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려 했다는 점에서는 언론의 본분에 충실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에 대한 강압적 태도 등은 취재 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언론에게도 경종이 되는 사례였다.

세번째는 의견과 정보 유통의 자유 시장이 진실을 규명하는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처음 황 교수의 윤리 문제가 제기된 이후 네티즌들은 일방적으로 황 교수를 옹호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매체에 대해선 원색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소장 과학자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실체적 진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인터넷 공간이 온갖 욕설과 비방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실 규명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국민을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뜨릴 정도로 충격을 준 사건이지만 혼란에 빠져 있을 수 만은 없다. 이제 차분히 마음을 추스리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시 출발해야 한다.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