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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CIA와 부시 정부의 비밀 역사


서울의 연말연시가 황우석 파문으로 어지러웠다면 미국 워싱턴은 ‘영장없는 비밀도청’ 문제로 시끄럽다.

9·11테러가 일어난 지 5년째 접어들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소용돌이는 2006년 새해에 얼마나 확산되며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가? 또 대통령선거를 한 해 앞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2월이 되면 워싱턴 정가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측된다. 공화당 중진인 알렌 스펙터(펜실베이니아) 상원 법사위원장은 1월15일(현지 시간) “ 부시 대통령이 영장없는 비밀도청을 허용함으로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처리방법의 하나로 탄핵을 상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앞서 11일 부시 대통령은 “국내 도청 프로그램을 조사하기 위한 의회 청문회는 민주주의를 위해 유익할 것”이라며 “의회가 추진 중인 청문회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16일자에 “부시 대통령이 2002년 국가안보국(NSA)이 영장없이도 국제전화와 이메일,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쓴 안보담당 제임스 라이센 기자는 새해 1월 7일께 ‘전쟁상태-CIA와 부시 정부의 비밀역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발간 1주일 만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9위,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 서적판매 순위 21위에 랭크됐다.

미국 정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말은 ‘탄핵’이다. 책이 나온 지 1주일이 안돼 벌어진 비밀도청 소용돌이는 왜 일어났을까?

라이센은 LA타임스, 뉴욕타임스에서 안보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온 기자다. 그는 9·11테러 보도로 2002년 풀리처 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공동취재팀의 일원이었고 ‘KGB와 CIA의 마지막 대결’의 공저자이다.

라이센은 10여명의 전·현직 안보, 정보, 첩보 관계자들로부터 익명의 제보를 받아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의 비밀을 밝혀냈다. 책 내용 중 여러 곳에 ‘익명’의 소스가 자주 나온다.

240페이지 분량의 책에 그는 부시 정부를 향한 비난이나 비평보다 “이렇게 했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실증의 예화를 담담하게 실었다.

몇가지 예화 중에는 2003년 부시가 이라크 침공을 앞둔 시기를 다룬 것도 있다.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조지 부시는 아들(43대) 조지 W 부시에게 전화를 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네오콘들이 대외정책을 군사 중심으로 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도중에 끊었다.

라이센은 부시 대통령이 곧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이는 케네디, 레이건, 아버지 부시에 이어지던 “미국은 달아오를 때까지 참는다”는 중도외교, 중용외교를 무시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2002년 3월 말 세계적 규모의 통신 감청기관인 NSA는 빈 라덴의 작전 및 재정참모인 아부 주제이다의 통신을 감청,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페사라바드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감지했다.

미국의 CIA, FBI, 파키스탄의 특수부대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 중상한 주베이다를 응급치료로 살려내 태국의 CIA 비밀신문장소로 그를 옮겼다.

당시 CIA국장이던 조지 터넷은 부시에게 “죽음 직전의 주베이다를 진정제를 놓아 살렸다”고 보고했다. 부시는 질문했다. “무엇이라고. 누가 그를 살려내는 진정제 마취주사를 놓으라고 명령했소”

라이센은 “누가 명령했소”의 물음 속에는 그후에 일어난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포로 고문과 영장없는 비밀도청을 명령한 부시 대통령의 정보전략의 기본정신이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부시는 의회 청문회를 수락하기까지 “테러와의 전쟁에서 빈 라덴, 이라크의 알 카에다 등에 대한 도청과 고문은 비밀스러워야 하고 그것은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해 왔다.

라이센은 부시의 이러한 대외, 정보 정책은 미국이 건국 이후 주장해온 신념인 의회·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뜨리고 국방우위의 대외, 정보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2002년 9월 CIA는 끊임없는 접촉 끝에 클리블랜드의 여자 마취의사 소산 알하드다드를 그녀의 고국인 이라크 바그다드에 파견했다. 그녀의 동생 사드 토피크가 이라크가 추진 중인 핵개발의 중추적 연구자였기 때문이었다.

토피크는 영국에서 전기부문 연구를 한 물리학 박사. 누나에게 이라크의 핵개발은 1차 걸프전 이후 중단되었고 생화학 무기도 없다고 전했다. 미국 망명을 권유한 누나의 제의도 거절했다.

CIA의 공작담당자는 이를 터넷 국장에게 보고했다. 이라크의 핵개발 중단은 30여명의 다른 망명자들의 바그다드 방문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부시는 그해 10월 유엔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파월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발언토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여의사 알하드다드는 “그럼 왜 나를 바그다드로 보냈는가”라며 “부시의 이라크 침공정책의 저의가 무었인가”를 물었다고 라이센은 적고 있다.

라이센은 결론내린다. “내가 믿는 정보가 옳다. CIA의 정보는 너무 리버럴하다. 중동에 민주화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네오콘의 꿈과 이상을 함께 하는 부시는 변해야만 그의 중동 민주화 꿈은 실현된다.”

25년 간 CBS의 앵커였고 올해 90세인 월터 크론카이트는 미국의 오늘에 대해 말했다. “이제 미국은 이라크에서 빠져 나올 때다”라고.

그는 1968년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에서 미국은 승리하지 못한다. 발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후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됐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6-01-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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