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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명문의 조건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어느 모로 봐도 묵직하기만 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열 번이나 쌓아올려야 겨우 한 세기에 이른다.

올해 창학 100주년을 맞는 명문 사학들이 서울에서만 5개교나 된다. 을사늑약조약 체결로 국권을 침탈당한 1905년을 전후해 설립된 사학은 무려 1,800여 개나 됐지만 지금까지 존속하는 학교는 열 손가락을 조금 웃돌 정도다.

명문이라는 수식어는 아무 곳에나 붙여지지 않는다. 이들 학교가 명문으로 불리는 까닭은 단지 오랫동안 살아 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난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나라를 지탱한 동량들을 끊임없이 길러낸 산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부심은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고 앞서간 동문들의 아름다운 자취에서 오는 것이다.

요즘의 현실은 어떤가. 소위 명문대학 진학자를 많이 배출시키는 학교라면 대뜸 하루 아침에 ‘명문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세태다. 그래서 수많은 학부모들은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고 안달이 나기도 한다.

허나 성적이 명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점수 잘 따고 요령 잘 부리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학교들은 명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다. 사회적 책임의식과 교양인의 자질이 성적보다는 훨씬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보잘 것 없었어도 안으로 웅혼한 기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사학 태동기. 그때의 초심을 교육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상기할 때다. 21세기는 우리 민족에게 또 다른 도전의 장이 될 것이기에.



입력시간 : 2006/03/30 12:3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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