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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생각] '미망인'은 없다




▲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 한국 영화 거목 ‘인생 메가폰’ 놓다
⊙ 영화처럼 살다 간 한국 영화의 큰 별
신상옥 감독, “노력· 열정· 최은희가 내 영화의 전부다”

지난 4월 11일 밤 별세한 영화감독 신상옥씨를 두고 언론사에서 보인 제목들이다.

신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제작자요, 감독이자 촬영기사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피랍·탈북을 겪은,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인생’을 산 분이다. 그분이 한국 영화계에 남긴 업적에 걸맞게 언론에서는 지면이나 화면을 통하여 그의 일대기와 작품 등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유가족을 소개하며 부인 최은희씨를 ‘미망인’이라고 불렀다. 남편 잃은 아내를 ‘미망인’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이 말이 쓰인 대목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기원전 722∼481년의 역사)’에서 찾아보자.

초(楚)나라의 영윤(令尹: 고위 직책 이름) 자원(子元)이, 죽은 문왕의 부인을 유혹하고자 그 곁에서 남을 시켜 춤추게 하였다. 이를 본 부인이 “돌아가신 왕은 이 춤을 군사 훈련에 사용하셨는데 지금 영윤은 미망인의 곁에서 추게 하다니…….” 하며 탄식하였다.

이 말을 전해들은 자원이 잘못을 뉘우치고 군사를 동원하여 정나라를 쳤다고 한다.

노(魯)나라의 백희(伯姬)가 송공(宋公)에게 시집가게 되어 계문자(季文子)가 송나라에 후행으로 따라갔다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성공(成公)이 베푼 위로 잔치에서 계문자가 성공과 송공을 칭송하고 백희의 행복을 기원하자, 선대 선공(宣公)의 부인이자 백희 어머니인 목강(穆姜)이 “당신은 선대부터 지금까지 충성을 다하고 미망인인 나에게까지 정성을 다하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한다.

‘미망인(未亡人)’은 아내가 남편을 따라 죽는 풍습에서 비롯된 말로 보이는바, 한자(漢字) 훈에 따르면 “(남편이 죽었는데도) 아직도 죽지 않은 아내”가 된다. 따라서 자신(自身)이 아닌 남이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 대신 남편의 생사에 관계없이 ‘부인’, ‘아내’로 부르는 쪽이 무난하다. 현재 각 언론사의 스타일북에도 ‘미망인’이란 말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5/02 15:26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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