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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홍반장' 전성시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아마도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긴 제목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엄정화와 함께 출연한 김주혁은 영화에서 싸움이면 싸움, 노래면 노래, 잡기면 잡기,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으로 호연을 펼쳤다.

현실에서는 홍반장과 같은 인물은 비현실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숙명적으로 몇 가지 허점을 지닌 채 살아간다. 때로는 그런 허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때로는 그런 허점이 드러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란 몇 번쯤은 ‘균열’을 통해 개인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럴 때 자신의 약점을 가려주는 해결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요즘 새로운 개인 서비스로 ‘역할 대행’이라는 게 떠오르고 있다. 거두절미하면 한마디로 개인의 부족한 점을 대신 메워주는 도우미다. 일정한 보수를 지불하면 애인, 친구, 부모, 자녀, 배우자 등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 특정한 지적 노동도 대신 수행해 준다. 위험한 길에 나섰을 때 ‘짠’하고 나타나 신변을 보호해주는 보디가드 대행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의뢰인들에게 역할 대행인은 ‘홍반장’인 셈이다. 물론 역할 대행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다. 오로지 자신의 몫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도 돈으로 타인의 도움을 사서 해결하려는 안이한 자세라는 질타와,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외부의 조력으로 채워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정할 만하다는 지지가 그것이다.

이런 논란에 어느 한쪽으로 쉽사리 편들기는 힘들다. 명분과 현실이 모두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애인 대행’처럼 일부에서 그것이 자칫 성매매의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 홍반장도 영 신통치 않은 분야가 하나 있었다. 그건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을 아는 엄정화가 ‘홍반장’ 역할을 대신해 둘의 애정은 해피엔드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입력시간 : 2006/12/05 17:0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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