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좀 더 큰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각계에서는 지난 세밑부터 넉 자로 된 단어,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그중 경영인들은 어떤 말을 내놓았을까. 경영 전문지 월간 현대경영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자(四字)성어로 본 2007년’에 응답한 예를 살펴보자.

유비무환(有備無患). 말 그대로 평소에 준비를 잘해 두면 뒤에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도공(悼公)에게는 사마위강(司馬魏絳)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왕족에게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만큼 강직하여 도공의 신임을 받았다.

정(鄭)나라가 송(宋)나라를 침략하자 송은 당시 강국이던 진(晉)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진의 도공은 즉시 노(魯)와 제(齊), 조(曹)나라 등 11개국에 사신을 보내 연합군을 편성하였다. 위강의 지휘로 정나라 도성을 함락하고 항복을 요구하자 정나라는 연합국과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한편 초(楚)나라는 정나라가 북방과 화친한 데에 불만을 품고 정나라를 침공하였다. 초나라의 군대가 강성함을 안 정나라는 초나라와도 화의하였다.

이렇듯 화친·화의를 반복하자, 이를 문제 삼은 11개국으로부터 침공받은 정나라가 이번에도 진의 주선으로 화의하고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병기(兵器)와 악사(樂師), 미인 등을 보냈다. 도공이 이번 싸움에 크게 공을 세운 위강에게 치하와 함께 그 선물의 반을 주려고 하니 위강은 세 번에 걸쳐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십시오(居安思危). 생각하면 대비하게 되고(思則有備), 대비 태세가 되어 있으면 화를 면하여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有備則無患).” 도공은 이런 사마위강의 도움으로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 한 경영인이 내놓은 ‘거안사위(居安思危)’도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안전하고 편안할지라도 위험이나 위태함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새해 사자성어로 ‘자강불식(自彊不息)’을 내놓은 경영인도 있다. “천체의 운행은 건실하다. 군자는 그것으로써 스스로 능력을 키우는 데에 힘쓰고 쉼이 없도록 한다(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는 뜻이다. 천체인 대자연의 변화는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 높은 학식과 덕행을 지녔거나 높은 관직에서 일하는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지혜와 바른 품성을 기르고 수양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 견디자는 뜻의 말도 다수 나왔다.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견인불발(堅忍不拔)’, 여러 번 실패해도 굽히지 않고 분투하는 ‘칠전팔기(七顚八起)’,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 ‘백절불굴(百折不屈)’ · ‘백절불요(百折不搖)’, 휘지도 굽히지도 않는 ‘불요불굴(不撓不屈)’ 등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비슷한 말이다. 그 밖에 한없이 넓은 바다로 가자는 ‘만경창파(萬頃蒼波)’, 발전하여 더욱 화려하게 꽃피우자는 ‘융성연화(隆盛連華)’도 있다. ‘경영’이란 말을 넣은 ‘상생경영(相生經營)’, ‘창조경영(創造經營)’도 나왔다. 이 말들이 기업 경영인에게만 국한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이 밝았다. 이런 정신으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일 년을 되돌아 볼 때, 그렇게 지내 왔노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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