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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이 본 지구촌] 어학연수는 지역 선택이 성공 열쇠


요즘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코스가 되었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어학연수 경력이 없으면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너도나도 해외로, 해외로 어학을 배우러 떠난다.

뉴욕과 워싱턴의 중간쯤에 있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도시. 처음 이곳에 유학 와서 줄곧 느낀 것은 ‘여기엔 한국인들이 참 많이 살고 있구나’였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에 가면 수강생 중 40% 정도가 한국인이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그런데 미국 생활에 차츰 익숙해지면서 보니 그나마 필라델피아에는 한국인들이 적은 편이었다.

뉴욕이나 LA의 거리를 걸을 때 동양인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들리는 게 한국말이라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니,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체류하는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나는 줄곧 동부 지역에 살아 LA 를 가보지 못해 그곳 사정을 잘 모르지만 뉴욕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머문다. 경험상 조언하건대, 혹시 미국 동부 지역에서 어학연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뉴욕은 재고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뉴욕에 어학연수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웬만큼 의지가 강하지 않고선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말을 쓰면서 보낸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뉴욕의 문화만 실컷 즐기다가 어학연수 기간이 끝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어학연수 학원의 경우 같은 반 수강생의 60~70% 가 한국인인 곳도 있다고 하니 한국말을 안 쓰곤 못 배길 것이다.

어학연수를 갈 결심했다면 우선 지역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상대적으로 뉴욕보다는 한국인이 덜 살고 있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다만 필라델피아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다운타운말고는 길거리를 혼자 다니는 것이 여간 불안하지 않다.

특히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섬뜩함 그 자체다. 필라델피아에 흑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다. 시장 선거를 하면 흑인 후보가 당선되는 때가 많다.

미국이야 다민족이 모여서 사는 나라이기에 위험하지 않은 지역이 딱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는 곳곳에 불안 요소가 있다.

지난 4월에 읽었던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이 ‘Killadelphia’ 였을 정도니 말 다했을 것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120명이 살인사건으로 죽었다고 한다. 거의 하루에 1명꼴로 살해당한 셈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치안은 완벽하지 않기에 자신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전제 하에 어학연수할 지역을 선택한다면 한국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그런 주나 도시가 좋을 듯싶다.

나야 이미 필라델피아를 선택했기 때문에 현지인과 자주 접촉하면서 영어를 최대한 익히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인들과의 사적인 교류를 줄이고 있다. 물론 가끔 힘들 때가 있다.

한국인 선·후배나 동료를 만나면 그들은 무슨 영어로 대화하냐며 한국말로 편하게 얘기하자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럴 때면 나도 평생 미국에서 살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난감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유혹을 이겨낸다.

이처럼 어학연수 지역을 선택할 때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

다음은 비자문제. 어학연수 오는 학생들은 단기 체류이기 때문에 무슨 비자를 받고 갈까를 고민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학생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학생비자를 받기도 편한 데다가, 학생비자라고 하면 신분상으로 왠지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학생비자를 받게 되면 I-20(현지 학교에서 학생을 받아주겠다는 입학허가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학교 등에 등록을 하여 일정 기간 수업을 들어야 있다. 그 때문에 돈도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물론 어학 수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비자가 무조건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 사정 때문에 혼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프로그램들을 골라서 공부하고 싶을 때는 학생비자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여행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오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여행비자로 입국했다가 법적으로 6개월을 체류한 후에 학생비자로 다시 바꿀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여행비자를 한 번 더 연장하여 1년간을 머물 수 있다. 어학원 등에 등록을 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또한 중대한 결함이 없다면 여행비자는 대개 연장된다. 반면에 의무적으로 시간을 채워야 학생비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키지 않는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어학연수를 고려 중인 대학생들은 내게 어떤 비자가 유리한지, 어느 지역을 선택하는 게 영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인선 통신원 (미국 템플 대학 재학, 필라델피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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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7/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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