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등학교는 최상위 성적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데다가 거주 지역의 학교만 응시할 수 있어 입시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과학고 합격은 ‘한 방’으로는 잡을 수 없다. 교과목 ‘원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쌓으면서 꾸준하게 ‘내신’을 관리해야 한다.

중학교 기간 동안 올림피아드 6개 부문에 입상한 김정한 군은 올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치러본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금상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서울과학고 특별전형 합격 가능성을 굳혔다. 이후에도 꾸준히 다양한 올림피아드에 도전, 수학올림피아드 고등부?물리?화학?천문?정보올림피아드에서 모두 금상을 휩쓸었다.

김정한 군의 화려한 이력은 ‘올림피아드 실적=과학고 합격’이라는 공식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머니 주선영 씨는 “지원 자격 기준도,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 변별력도 실질적으로 ‘내신’에 달려있다”고 단언한다.

수학과 과학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해도 수학, 과학, 국어, 영어 주요 과목 내신에서 한 과목이라도 뒤처지면 합격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특별전형은 내신 평균 2%, 일반전형은 5~7% 이내로 관리해야 합격권에 든다고 알려져 있다.

김정한 군은 중학교 입학 때부터 내신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내신을 위해 따로 학원을 다닌 것은 아니다.

대신, 학교 수업 시간에 졸아본 적이 없다. 수업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그때그때 배운 내용을 충실하게 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원리 이해 위주의 수학, 과학 과목은 수업 시간을 중심으로 실력을 쌓아나갔고 암기과목은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맞춰 1주일 정도 몰입해서 준비하는 방법을 택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올림피아드에서 단기간 준비로 입상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주선영 씨는 단순한 선행학습 보다 원리를 이해하고 조합하는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정한 군은 어릴 때부터 과학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였다. 아이가 해체하고 분리한 가전제품만도 셀 수 없다. 어릴 때 주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로봇이나 라디오 조립 키트였다. 일곱 살 때는 컴퓨터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주선영 씨의 교재를 보면서 오히려 엄마를 가르치기도 했다. 지금도 집안의 컴퓨터 수리는 김정한 군 전담이다.

일찌감치 아이의 재능을 파악한 주선영 씨는 특목고 학원에 보내는 대신 <과학소년>, <과학동아>, 같은 과학 잡지에 투자했다. TV도 김정한 군에게는 좋은 선생님이다. KBS의 <과학카페>, <스펀지>, EBS의 <지식채널e>은 실생활과 관련 있는 과학 원리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시험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선영 씨는 ‘실습 위주’의 과학 학습도 강조한다. 김정한 군은 학교 공부에 지장이 없는 한 틈틈이 온갖 발명대회나 과학경시대회에 고루 출전했다.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전자과학 부문’에서는 건전지 수명을 단축하는 회로를 발명, ‘에너지 절약 랜턴’으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림피아드 입상자들에게 부상으로 주어지는 ‘여름학교’나 ‘겨울학교’도 모조리 참여했다.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와 조교들의 지도하에 실험 위주로 이뤄지는 수업은 아이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 ‘입시’와 무관해 보이는 활동들이 당장은 시간 낭비처럼 보이지만, 실력을 쌓는 밑거름이라는 것이 주선영 씨의 지론이다.

김정한 군은 집중적으로 몰두해서 단시간에 학습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방을 정해주고, 공부하는 동안만큼은 바짝 긴장하는 태도를 길러준 덕분이다. 책상 위에 학습에 방해되는 물건은 깔끔하게 치우고 항상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정한 군은 선행학습을 할 때, 일단 혼자서 공부하며 책 한 권을 독파한 후 모르는 부분을 체크해서 선생님께 물어봤다. 무조건 많은 양의 강의를 듣게 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이해하고 소화할 시간을 확보해주라는 것이 주선영 씨의 마지막 조언이다.

■ 송오현 DYB최선어학원 원장 ('중학교 첫시험 특목고 합격 결정한다' 저자)

고려대 졸업, 15년 동안 서울 대치동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강의했다. 현재 DYB최선어학원, DYB입시학원, DYB수학학원 등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13개 분원을 직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