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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미술품 보존·수복]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수복팀 김겸 팀장
"작품의 세월 흔적 두고 병만 치료"
역사 짧고 전문가·인식 부족… 독자적 노하우 확보 노력 필요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손상이 심한 작품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린 아기로 태어난 한 작품이 세월이 지나면서 노인이 되는 셈이죠. 그 가운데 아프거나 허름한 누더기를 걸친 노인이 훼손된 작품이고요. 미술품 수복을 통해 아픈 노인이 다시 어린 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은 건강한 노인이 되는 겁니다. 노인이 가진 세월 흔적은 그대로 둔 채 병만 치료하는 게 미술품 복원 작업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수복실의 김겸 팀장은 미술품 보존·수복에 대해 작가가 작품을 처음 창조했을 때로 100% 완벽하게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감안하고 망가진 형태나 변형된 부분에만 처리를 가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많은 분들이 복원사라고 하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미술품 복원사로 나왔던 남자 주인공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세요. 이 영화를 계기로 미술품 보존·수복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은 사실이에요. 최근에는 개봉 예정인 국내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 주인공 김래원 씨가 한국화 복원 전문가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국내 미술품 보존·수복 역사는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문가들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모든 관심이 문화재 복원 분야에 편중돼 왔기 때문에 미술품 복원의 가치 재고에는 그만큼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만들어진 지 10년 안팎인 미술품을 무엇 하러 복원하냐는 인식이 팽배해있었습니다. 반면 수 천년의 역사를 지닌 첨성대나 불국사 석탑, 불상 등과 같은 유물·유적들은 역사적 가치가 커서 복원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미술품 복원의 필요성이 이 정도에 그쳤던 겁니다. 하지만 미술품도 유물과 마찬가지로 재질이나 상태가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합니다. 훼손이나 손상에도 민감하고요. 실제로 현재 국내 많은 근대 미술품들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고,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미술품은 전시를 하면서 잦은 이동과 움직임으로 손상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훼손된 미술 작품은 작품으로서의 미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존재 가치마저 위협 받는다. 미술품이던 유물·유적이던 똑같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단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나왔는가 하는 시대적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기본적인 복원 작업 역시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무엇보다 미술품 복원에 대한 인식이 향상돼야 합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미술품 복원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대학원 2~3곳에 불과해요. 엄밀히 따지면 이마저도 문화재 복원을 중심으로 하되 부수적으로 미술품 복원을 다루고 있죠. 세계적인 미술품 복원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복원 노하우를 터득하고 쌓아나가야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수복실에서는 2007년부터 그 동안의 복원 자료를 토대로 재질분석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자료를 통해 미술품의 진위 여부 판별이 가능하고 위작 시비가 벌어졌을 경우 비교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작품의 예방 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질분석자료집 제작은 ‘그림 치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저희 복원사들의 보다 전문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작품에 사용된 미술재료는 물론 작가별 미술재료 사용에 대한 특징을 연구함으로써 국내 회화작품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과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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