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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문화마케팅-기업] '문화 경쟁력'이 기업 흥망 가른다
'문화가 돈 되는'컬처노믹스 시대 도래, 감성적 소비 트렌드도 한몫
세계적 빅 브랜드 하나같이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대박 터뜨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1-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의 예술작품을 활용한 삼성의 '아트마케팅'
2- 메종오브제 행사에서 LG전자 아트 디오스 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들
3-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창단 연주회




이제는 유명 피아니스트가 된 손열음을 비롯해 2006년 리즈 국제콩쿠르 우승자 김선욱(피아니스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권혁주(바이올리니스트) 등은 향후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꼽히는 아티스트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발굴하고 키워낸 음악영재 출신이라는 점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후원 사업을 가장 두드러지게 펼쳐온 기업 중 하나다. 특히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예술가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삼구 회장 역시 가문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해 나가고 있다. 어린 음악 유망주들을 발굴해 장학금을 주는 것은 물론 값비싼 악기를 무상 대여하고 해외연주를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3년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를 만들어 뉴욕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파리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를 국내 무대에 소개해 오고 있다. 또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옥에 2000년 개관한 클래식 연주 전용공간 ‘금호아트홀’은 수준 높고 다양한 상시 기획공연으로 실내악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진중한 사랑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한국의 메디치 가(家)’라는 명예로운 칭호로 돌아왔다.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당대의 거장들을 후원하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활짝 꽃피운 대부호였다.

예술가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춥고 배고픈’ 이들이다. 제 아무리 예술혼과 열정을 쏟아바쳐 작품을 만들더라도 구매자가 없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그런 예술가들의 거의 유일한 의지처가 바로 예술적 안목과 이해, 그리고 돈을 가진 부자들이다. 실제 훗날 대가의 명성을 얻은 예술가들 가운데 무명 시절 권문세가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은 문화예술의 저변이 크게 넓어지는 등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일반 대중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즐기고 누릴’ 대상으로 문화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문화의 힘’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가들은 탁월한 능력과 매력적인 작품만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은 ‘문화권력’을 더욱 확대재생산하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지칭하는 것도 사실 문화가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측면의 파괴력은 가장 무서운 대목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는 개념도 문화가 곧 돈을 벌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간파한 것이다.

4- 현대차가 유로 2008 전야제인 유로페스트를 개최했다
5- 삼성전자가 후원한 두바이 노벨박물관 전시회


컬처노믹스의 도래는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두 얼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저 좋은 물건(서비스)을 만들어 고객 앞에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는 오랜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는 전통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지만, 품질과 디자인에 더해 ‘문화’를 가미할 줄 아는 영특한 기업들은 무한한 기회의 땅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애플 아이팟이나 할리 데이비슨은 단순히 제품이 뛰어나서 세계적인 히트를 친 것이 아니다. 아이팟은 오늘날 지구촌 젊은이들의 감성을 공통적으로 자극하는 디자인 및 문화적 어필 덕분에 대박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할리 데이비슨 역시 자유와 야성, 질주본능 등을 잘 담아낸 상징물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베네통은 또 어떤가. 스타벅스의 커피 맛과 베네통의 디자인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훌륭하기 때문에 두 브랜드가 세계에 우뚝 섰을까. 이에 100% 동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스타벅스와 베네통은 바로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섬으로써 성공신화를 낳을 수 있었다.

저명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는 저서에서 “정보화 사회는 지났으며 이제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온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제 여건과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먹고 살 만한 나라(1인당 국민총생산 1만1,000달러)는 대부분 꿈과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를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꿈과 감성이라는 가치는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다. 문화가 없는 곳에 둘은 존재하기 어렵다. 고로, 꿈과 감성을 판다는 것은 문화를 판다는 것과 같은 뜻인 셈이다.

이제 문화를 파는 기업, 다시 말해 문화마케팅을 잘하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문화마케팅은 아직 학술적 정의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문화적 요소를 상당 부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예술을 후원함으로써 문화적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문화예술적 요소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극 반영하는 게 흔히 문화마케팅으로 규정된다. 어느 쪽이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LG, 현대차그룹 등은 일찌감치 문화마케팅의 잠재력을 깨닫고 적극 활용해온 케이스다.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문화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3사의 브랜드 파워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사실은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지구촌 네티즌을 대상으로 국가별 이미지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외국인들은 삼성, LG, 현대를 첫머리에 올려놓았다. 다른 모든 단어를 제치고 이들 기업의 이름이 한국의 이미지를 대변한 것이다.

최근 수 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도 문화마케팅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화를 정교한 경영전략 차원으로 발전시킨 기업들은 아직 많지 않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한때의 유행이 지나갈 때 으레 그런 것처럼 너도나도 구호만 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문화의 시대. 문화를 파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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