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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문화를 아시나요] '엄친아'는 가라 '루저(Loser)' 문화의 반격
패배자의 정서 유머코드 통해 표현 승자독식 사회에 저항과 소통 갈망




김청환기자 chk@hk.co.kr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
우석훈 박사('88만원 세대'공저자)는 지금의 20대는 상위 5%만이 한전이나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800만 인구를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해 88만원을 산출했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88만원 세대'로 이름 붙여진 이유다.

'88만원 세대' 담론이 나온 지 3년째다. 그의 전망은 얼마나 들어맞고 있을까. 교육부가 발표한 올해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56.4%다. 이 가운데 정규직 취업률은 48%에 그친다. 반면, 비정규직 취업률은 19.6%로 매년 상승추세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언제나 나보다 잘 나가는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즉 상위 5%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청년계층을 중심으로 '루저(Loser; 패배자)'정서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이유다. 지난해 9월 이후 불어닥친 미국발(發) 경제위기는 '루저문화'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루저(Loser)'문화란 말 그대로 패배자의 정서다. 취업전선에서 결혼에서 사업에서 낙오한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의 낭패감, 자괴감, 절망감이 읽힌다.

아름다움, 모범, 1등을 추구하는'엄친아'혹은 '위너(Winner)'문화의 엄숙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 정체성(identity)을 그대로 그려낸다. 그러나, 70~80년대와 같이 또 하나의 권위주의를 만들어내는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만 낙망하지 않는다.

'루저'로서 자기정체성을 드러냈지만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영웅화 했던 과거 '루저'문화와의 차이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이든 모두 유머코드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유는 나 혼자만 패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사회다. 나도 '백수'지만 내 친구도 '백수'다. 나만 실직한 게 아니라 수천명이 같은 날 '핑크 레터(해고 통지서)'를 받는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어떤가. '97년 체제'혹은 'IMF체제'이후 전면화한 미국식 세계화의 기업구조 속에서 대부분은 상시적 고용 불안과 실직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되지만, 승자의 숫자는 양적으로 줄어들고 패자나 패자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루저'문화의 사회적 메시지는 '저항'이자 '소통'에 대한 갈망이다. '루저'문화는 자기자신을 향한 패배주의라기보다는 세계화 체제와 권위주의가 만든 '격차 사회'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머코드로 스스로를 희화 해 누구의 접근도 막지 않는다.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체제의 세계화에 반론을 펼치면서도 소통과 연대의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루저'문화는 사회의 '다양성'면에서 순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엄친아', 즉 '승자'만의 사회가 아니라 '패자'도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루저'문화의 확산이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루저'문화가 기성문화에 의해 배척당하기 쉽지만 다원주의에 관용적인 서구에서 '루저'문화가 '위너'문화와 공존하는 이유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저'문화를 "사회 양극화가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저항의 문화"라고 정의하고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체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능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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