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반이정 '평론가의 방'(왼쪽) / 유진상 '지옥'(오른쪽)

'비평의 지평 전'에 '출품'한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고백한다. "출품 제안을 받고, 딴엔 참신한 발상이 떠올라 일시 창작 열정에 들뜨기도 했습니다만, 그것도 잠시. 막상 전시로 구체화시키려드니 사방으로 절벽들이 버티고 선 기분이더군요." 평론가의 날 선 펜촉에 거침 없이 해부 당하는 것이 직업의 일부인 예술가들은 이 말에 내심 통쾌해 할지도 모르겠다. '비평의 지평'은 평론가들이 연 전시다.

류병학은 자문자답 형식의 '류병학 서재 살인사건'이라는 픽션을 내놓았다. 내용 중에는 그의 평론 철학이 유쾌하게 녹아 있다.

작가에게나 평론가에게나 모름지기 "개똥철학"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글을 쓸 때 "사랑, 돈 질투, 배신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 당근 '감동' 포인트를 고려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반성'이 중요하다."

오늘날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10명의 평론가가 참여한 '비평의 전시 전'에서는 그들이 기반해 있고 더불어 성장한 역사, 문화적 맥락이 펼쳐진다. 형식은 다양하다.

반이정은 스스로 설치미술작업을 했고, 서진석은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수집품을 빼곡하게 진열했다. 강수미는 작가 강홍구, 정연두 등과 함께 '비평의 머뭇거림: 미술 업계 이야기' '비평의 번역: 인터내셔널 비평의 불/가능성' 등의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이 모든 형식이 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평론가 개개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결국 미술을 둘러싼 공론의 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참여한 평론가들이 한국 미술계가 다양한 의미에서 변화한 80~9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넘어선 새로운 전망을 얻는 데도 이 전시는 유용할 것 같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5월17일까지 열린다.

1-심상용 '빈센트 반 고흐'
2-장동광 'C큐레이터의 자전적 연대기'
3-서진석 '피터팬 신드롬과 90년대 한국미술'
4-최금수 '미등록 무가지 월간 커뮤니티 페이퍼'넥스아트''
5-고충환 '고고학적 발굴'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