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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대 문화와 경영 신 융합 필요"
[CEO, 문화에 꽂히다] 좌상봉 롯데호텔 사장
설에 '민속 한마당' 이어 호텔 속 '인사동 거리' 조성, 문화 마케팅 박차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오는 5월 초 일본 골든 위크 기간 서울 ‘인사동 거리’가 명동의 롯데호텔로 옮겨(?) 온다.’

인사동 갤러리들이 갖고 있는 고가구, 도자기, 민화, 베개, 조각보 등 고미술 작품 및 소품 1000여점이 호텔 전시장에 전시되는 것. 롯데호텔서울이 야심적으로 펼치고 있는 대단위 ‘문화 마케팅’의 일환이다.

“호텔에서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을 알리는 대규모 행사로는 아마 처음이지 싶습니다. 일본 비즈니스맨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굳이 인사동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호텔 내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죠.”

세종문화회관이 열고 있는 CEO 문화예술과정 ‘세종르네상스’의 ‘수강생’인 좌상봉 롯데호텔 사장은 앞으로의 문화 비전으로 ‘문화 예술과 경영의 신 융합’을 제시한다.

“지금 지구촌은 다문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서로 섞여야만 살아가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도 단일민족임을 늘상 강조하지만 문화 측면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역사적으로 흡입되고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좌상봉 사장은 “때문에 우리 문화를 더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배우려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회 상층부 CEO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여러 문화를 앞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를 ‘빠듯한 시간을 내서라도’ 세종르네상스에 ‘학생’으로 등록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일하는 곳이 호텔이고 또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좌상봉 사장은 더더욱 무거운 ‘문화적’ 책임감을 느낀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호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총체적인 문화의 본산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또 호텔이나 직원들이 결국은 ‘민간 외교관’이라 할 수 있죠.”

이 같은 문화적 신념에서 롯데호텔은 골든위크 기간 인사동을 호텔 내로 이동(?)시키는 대규모 작전을 감행한다. 꽤 값비싸고 귀한 작품들을 포함, 무려 1000여점 이상을 호텔 연회장으로 가져와 인사동 거리처럼 연출하는 문화 마케팅 시도인 것. 모두 한국의 전통 생활과 예술품에 대한 외국인들이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에서다.

롯데호텔은 또 같은 기간 2층의 폐백실을 개방,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이 한국의 전통 혼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 혼례복을 입고 폐백을 드리는 경험을 위해 폐백 상차림도 준비되고 무료 촬영 기회도 주어진다.

“이들 행사들이 호텔가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 행사 차원을 뛰어 넘어 문화와 경영을 매치시키고 또 우리 문화를 수출하면서도 국가간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좌상봉 사장은 “처음 이런 의도와 행사 아이디어를 인사동 화랑가에 얘기하니 반응이 매우 좋아해 확신을 갖고 추진하게 됐다”고 뒷얘기를 전한다.

내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를 매개로 한 좌상봉 사장과 롯데호텔의 마케팅 노력은 비단 이 뿐만은 아니다. 지난 설에는 연회장에서 한국문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외국인과 투숙객들을 위해 한국의 전통민속놀이와 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넓은 규모의 연회장 전체를 통틀어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등이 어우러진 전통 국악 공연과 제기차기, 투호, 전통 떡 만들기, 사물놀이, 창모 돌리기 등 갖가지 공연과 전시, 체험이 어우러지는 ‘민속 한마당’을 대규모로 개설한 것. 그간 명절 전후 몇몇 호텔가에서 부분적으로 민속놀이나 공연을 펼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외국인들을 겨냥한 대규모 민속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좌상봉 사장이 임원이나 경영자로서 CEO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세종르네상스가 처음이다. 경영이나 리더십이 아니라 문화 예술을 주제로 한 최고경영자 과정이 사실상 그의 첫 ‘경영자로서의 야간 수업’인 셈. 감성 경영이 중요한 시대에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인데 고객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문화예술적 마인드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세종르네상스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니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롯데호텔은 서울 시청을 위시로 한 문화벨트의 중심 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당연히 롯데호텔의 역할이 크겠다고 확신했습니다.”

롯데호텔과 좌상봉 사장의 ‘문화 마인드’는 롯데그룹과 신격호 회장의 ‘문화 경영관’과도 맞닿아 있다. 좌상봉 사장은 “롯데와 문화 예술과는 결코 유리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한다.

“롯데란 이름이 괴테가 지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온 것으로만 미루어 봐도 신격호 회장이 그만큼 괴테나 문학에 심취해 계셨고 문화 예술을 중시하셨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좌상봉 사장은 호텔이라는 공간이 문화적으로 활용될 기회와 여지가 무척 많은 곳이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시내 한복판에 자리해 있다는 잇점 때문에라도 충분히 ‘문화 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문화는 늘 하나의 지역에서 출발해 퍼져 나갔습니다. 호텔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고 롯데호텔을 그러한 문화 창조의 베이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에서부터 삼성맨 출신 아니랄까 봐 꼼꼼하고 섬세한 일처리로 정평이 난 좌상봉 사장은 얼마전 집무실을 사무실 빌딩에서 호텔내로 옮겼다. 조그맣고 아담한 사이즈지만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피부로 업무를 느껴야 한다는 판단 때문.

“아무래도 즉각 달려 나가기 쉽습니다.” 좌상봉 사장은 호텔과 경영,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접촉의 공간을 더욱 넓혀 나가는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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