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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은 비극을 잉태하는가?
'도덕적 완결성'의 딜레마 속에서 명예를 선택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는 타인에 대한 그의 배려와 애틋한 사랑, 겸손, 진정성, 고결함, 그리고 도덕적 완결성을 추구했던 그가 겪어야 했던 고뇌와 좌절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도덕성은 그를 자살하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심리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보수와 진보, 연령을 막론하고 느끼는 깊은 슬픔의 정체도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착하고 올곧게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이나 당하는 요즘 세상에 ‘바보’ 정치인을 잃은 것에 대한 모두의 상실감인 것이다.

그의 죽음은 도덕성을 사회ㆍ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반추하게 만든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더 많이 고통받는 현실, 즉 도덕성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유명인 중에 도덕적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93년 자살한 피에르 베레고부아 프랑스 전 총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내며‘부패와의 전쟁’을 주도한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업가인 친구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린 것을 언론이 부패혐의로 몰아세우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권총자살을 택했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도덕성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까?

김정일 정신과 전문의는 “부도덕함이 정신건강에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노이로제처럼 도덕적인 사람들이 겪기 쉬운 정신적 고통을 언급하며, 그러한 고통과 극단적인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모순에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남을 노골적으로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자기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그것 만큼 좋은 약이 없다고 봐요.”

반면,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강신익 교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정신의학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 정신의학은 정신질병을 관리할 뿐, 윤리를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파렴치한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남을 해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인 양 왜곡되고, 양육강식의 논리가 합리화되는 사회제도와 가치관이 팽배해지면서 윤리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도덕적인 사람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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