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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열풍' 그것이 궁금하다
[또 다른 차원의 소통 '트위터']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퍼지던 단문 블로그
기존 SNS 단점 보완 인기





황수현 기자 sooh@hk.co.kr





1-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2-유명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트위터의 소통 designed by Mykl Roventine
3-김연아 선수의 트위터


김연아가 몰고 온 시원한 바람처럼 트위터도 우리 곁에 상큼하게 안착했다. 아니, 안착한 줄 알았다. 올해 초 5000명이던 회원이 5월말 기준 24만 명으로 불어났으니까. ‘지저귄다’는 의미의 트위터는 단문 블로그, 정식 명칭은 마이크로 블로그(micro blog)다. 내 트위터에 140바이트 이내의 짤막한 메시지를 올리면 나를 추종(follow)하는 이들의 트위터나 휴대 전화에 즉각 메시지가 뜬다.

한국인들에게 트위터의 첫 인상은 달콤하고 가벼웠다. 김연아 선수의 ‘이제 자야지~’라는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받아본 이들은 트위터를 그 이름처럼 소소한 일상의 지저귐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문장력도, 고심의 흔적도 필요 없는 짤막한 글로 채워진 트위터를 보면서 ‘요즘 것들’은 너무 책을 안 읽는다고 탄식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 트위터에는 어린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폰의 국내 출시와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올렸다. 또 하나, 리플을 다는 란도 없다. 트위터에서는 남의 말에 대답하거나 내 말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오직 통보하고 통보 받을 뿐이다.

최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디자인도 참신할 것이 없고,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올릴 수도 없으니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퇴화한 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결정적으로 트위터가 생긴 것은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트위터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걸까? 작고 귀엽게만 보이는 트위터를 둘러싼 겹겹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 보자.

트위터 속 인간 관계● 전략적 비즈니스 파티

트위터의 참모습을 알려면 트위터가 진화된 소통 형태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소통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트위터가 카페, 블로그, 싸이월드 등 기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단점을 보완한 것은 분명하다. 블로그에 개인의 생각과 관심사를 올려도 일부 파워 블로거들처럼 어지간히 공을 들이지 않는 한은 방문객 수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공통의 관심사로 개설된 카페는 로그인과 회원 가입이라는 귀찮은 절차 때문에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가입해서 정보만 쏙 빼 먹고 활동하지 않는 유령 회원들은 카페의 허점을 드러낸다. 싸이월드는 지인 중심의 소통 구조로 고인 물처럼 새로운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누군가 방명록이나 댓글란에 글을 남기면 똑같이 찾아가 보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상당하다.

트위터에서는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한 명이 이야기하고 나머지 여러 명이 듣는다. 그 말을 듣기 위한 승인 절차는 없다. 설령 버락 오바마라 할 지라도 내가 원하면 로그인이나 가입 없이 그의 글을 볼 수 있다. 거꾸로 오바마는 자기 얘기를 듣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컴퓨터든, 휴대 전화든, 아이팟이든 어떤 형태의 단말기로도 그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

승인 절차가 없다는 이야기는 트위터에는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말이 된다. 즉 트위터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는 보안이 필요 없는, 아니 오히려 널리 퍼져야 할 이야기들이다. 기업의 신제품 출시 소식이라든가 테러 소식, 정계·경제계 유명 인사들의 의견, 상품 평,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들의 자기 근황이 그런 것들이다. 트위터가 처음 미국에서 빛을 보게 된 계기도 지난해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 때였다.

폭발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트위터에 ‘쾅 소리가 났다’고 올린 짤막한 글이 세계 어떤 뉴스보다도 신속하게 테러 소식을 알린 셈이 되었다. 최근 이란에서 일어난 시위에서도 모든 방송과 인터넷을 차단당한 시위대가 몇 명이 총에 맞아 죽었는지를 외부에 알린 도구도 트위터로, ‘가상의 이슬람 공간’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물론 3년 전 트위터를 처음 만든 이는 트위터가 이런 엄청난 국제 뉴스에서 거론될 줄은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원래 목적은 지인 중심의 빠른 소통이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다수의 지인들이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던 소통을 휴대 전화로 연결시키려는 것이 전부였다.

트위터의 140바이트도 이렇게 나온 숫자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문자 서비스가 무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진입하면서 그 성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유명한 몇몇 트위터들에 수많은 추종자들이 붙자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앞다투어 트위터를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는 무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추종자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자기가 원하는 사람 또는 기업의 이야기를 빨리 들을 수 있고, 애써 찾아가 답변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퍼스널 미디어로서 중요한 뉴스의 메신저가 될 수도 있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트위터에서 일상을 지저귀는 사람은 없다. 평지에서 이루어지는 1 대 1 소통이라기 보다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통 형태다. 그만큼 빠르고 사무적이다. 관계지향적 인맥을 형성하는 10~20대보다, 목적지향적 인맥을 원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다정다감한 소통을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30~40대들이 트위터의 주 사용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위터 속 네트워크 환경● 개방 정책으로 무한한 영향력

앞서 말했듯이 트위터는 문자 메시지가 무료인 미국의 네트환경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 명동처럼 복잡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무선 랜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도시에서는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를 통해 문자 메시지 같은 저용량 데이터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의 폭발력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트위터를 만든 에반 윌리엄스와 공동 창립자들이 외부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완전히 오픈한 것이다. 원하는 기업은 누구라도 휴대 전화를 제외한 기타 단말기에 트위터 사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이로써 기업들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으며 트위터는 일상의 모든 무대를 점령하게 되었다.

집에서 데스크 탑 앞에 앉아 있다가도,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다가도, 휴대 전화로도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위터 창립자는 독점을 포기한 대신 SNS의 핵심인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똑똑함을 발휘했다.

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폐쇄적인 한국 통신사들의 마인드와 뚜렷이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완전 개방형 소통을 추구하는 반면, 한국의 통신 사업자들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아직까지도 안전과 보안,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정보를 소통이 아닌 개인 정보 노출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다.



4-트위터의 다양한 외부 개발자들 thenextweb.com
5-아이폰으로 즐기는 트위터 Photo by Steve Garfield
6-CNN 브레이킹 뉴스의 트위터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점점 바뀌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6월24일 싸이월드와 네이트 닷컴의 오픈 전략으로 포털 2위인 ‘다음’을 넘어서겠다고 발표했다. 40여 개 사이트와 제휴해 외부 사이트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들이 네이트 닷컴 내에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혹자는 한국의 폐쇄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트위터 열풍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갈수록 생각 할 수 있는 자유를 위협 당하자 통제가 불가능한 미국 서버로 옮겨 활동한다는 분석이다. 트위터는 추적에 대한 염려가 없을뿐더러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보면 되기 때문에 의견을 낸 사람에게 ‘왜 이런 말을 했느냐’고 따져 물을 수 없다.

댓글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지만 트위터는 스스로 추종자를 자처하지 않는 한은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에게만 말하고 자신이 따르는 사람의 말만 듣기 때문에 애초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충돌할 일이 없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갈수록 거세어지는 트위터 열풍을 두고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과 통신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미 절대 다수의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가 스스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고 트위터와 제휴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기존의 닫혀진 사고로는 트위터가 국내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위터 속 미래● 점점 더 다양해지는 커뮤니케이션

트위터는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된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많은 소통 도구들이 채우지 못한 빈 틈을 찾아 그 자리를 메운 것뿐이다. 블로그와 카페, 싸이월드, 네이트 온, 이 메일 그리고 트위터는 각자 다른 영역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여전히 블로그에는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춘 긴 글들이 올라올 것이고 카페에서는 자료 파일을 업로드 해 공유할 것이며, 싸이월드를 통해 친분을 확인하고 안부를 물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트위터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이미 CNN 등 권위 있는 언론이 트위터를 의지하고 있고 스타벅스, 젯 블루(Jet blue)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기업들도 트위터를 마케팅 전략의 전면에 내세웠다. 가까운 미래에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다른 서비스들의 등장이다.

혁신적인 소통 수단, 이를테면 휴대 전화가 대중화 되고 나자 이를 배경으로 한 퀵 서비스 사업이 등장한 것처럼 트위터의 시스템을 차용한 또 다른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목적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욕망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개인의 지적, 이성적 능력을 단번에 높여줄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최근의 트위터 열풍은 영향력 있는 사람과의 소통, 온라인 상의 쌍방향 소통에 대한 권태, 퍼스널 미디어로서의 욕구 등 현대인들의 다양한 필요를 반영하고 있다. 트위터가 채워주지 못하는 빈 틈은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생겨나 메울 것이다. 가장 완벽한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

도움말: 이동형 나우 프로필 대표 (싸이월드 창립자),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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