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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으로서의 인터뷰를 개척한 인터뷰어, 지승호
[시대의 인터뷰어] 사회와 삶에 질문하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







고민하는 힘도, 교양도, 묻는 일로부터 길러진다. 좋은 인터뷰는 지금 삶의 처지를 일깨우고 안목을 높인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소통을 통한 통찰이라는 이상을 지향한다.

좋은 인터뷰어(interviewer)를 조명하는 것은 곧 좋은 인터뷰를 제안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자칭 타칭 전업 인터뷰어 지승호, 미적 감각과 교양으로 문화예술 영역 인터뷰의 한 모범을 만들어낸 이동진 기자, 어떤 언론도 지니지 못한 집념으로 한 사회적 사건의 둘레를 탐사한 인터뷰 전문작가 서형이 주인공이다.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늘 “이런 인터뷰어는 처음 봤다”는 감탄을 끌어내는 이 인터뷰어들은 열심히, 적절히 질문하는 것이 곧 지혜임을 보여준다.

노동으로서의 인터뷰를 개척한 인터뷰어, 지승호

“동시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글로 남기는 것만큼 인문학적인 게 어디 있습니까?”

2006년 출간한 <금지를 금지한다>에서 지승호는 말했다. 그에게 ‘인문학’의 소용은 무엇보다 사회의 당면 과제를 푸는 데 있었다. 비판적 지식인에게 당대 가장 첨예한 논점에 대해 물은 것이 인터뷰의 시작이었다. 문성근, 김어준, 홍세화, 진중권, 오연호, 유시민 등의 인터뷰이가 등장하는 첫 인터뷰집은 제목부터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2002)다. 이 책에서 지승호는 스스로를 “지적 파파라치”라고 칭했다. “대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는 자신의 물리적 위치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조직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가치를 창조해내는 존재”인 파파라치처럼 지승호는 기존의 어떤 매체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인터뷰어다. 소속 집단의 논리와 이해에 얽히지 않은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활동해 왔다.

이런 선택이 경제적 기반을 담보해주지는 않았지만, 지승호만의 자산이 되었다. 스스로 열망하는 인터뷰이만을 만났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인터뷰에 쏟는 그의 정성은 희귀한 것이었고, 금세 소문이 났다. 김규항은 “지승호는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다. 그는 개척자!적인 인터뷰어”라는 말로 그의 ‘노동’을 평했다.

지승호의 인터뷰는 기존 매체에서는 유례 없던 길이로도 유명해졌다. 여러 인터뷰를 모은 인터뷰집에 실린 것조차도 최소 원고지 100매다. 작년과 올해에는 아예 한 인물과의 인터뷰만으로 구성한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강준만은 “인터뷰의 전후 맥락 속에서 한 구절만 인용하는 것은 굉장히 부정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내 인터뷰는 엄청나게 길다”는 이탈리아의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의 말을 빌려 지승호의 인터뷰 기사가 “윤리적”이라고 말했다.

‘전업 인터뷰어’가 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지승호의 인터뷰이들은 그대로 그의 인맥이 되었다. 특히 그와 ‘인문학적’ 가치관을 공유해 온 지식인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최근에는 “진보 지식인의 허브”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최근작인 <희망을 심다>와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의 인터뷰이인 변호사 출신 사회운동가 박원순과 배우 신성일은 이제껏 지승호가 만난 사람들과 달라 보인다. 지승호는 그들이 “큰 목소리 안 내고도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역할을 해 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더 안 변하지 않나요. 목소리 컸던 사람들이 변하는 데에 대중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본보기가 되는 어른들을 주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터뷰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하게 하고 싶었던 지승호는 지난 정권을 거치며 세상이 어느 한 방식으로만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당대의 사회 문제를 논박하는 동시에, 희망을 향한 길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대상황이 지승호의 인터뷰 스타일을 더 유효하게 한다. 지승호는 인터뷰이를 공격하거나 비판하기보다, 인터뷰이를 헤아리고 동조함으로써 그에게 잠재한 내용을 최대한 끌어내는 인터뷰어다. 그럼으로써 인터뷰이를 이해하고, 그의 지향을 설득력 있게 살려낸다.

지승호는 “내가 존중하는 사람에게서 존중받는 인터뷰어”가 되는 것이 자신의 작업의 가장 큰 보상이자 명예라고 말한다. 그의 마지막 질문은 일정하다.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스물 한 권째 인터뷰집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의 신성일은 이 사려 깊은 제스처에 “온 국민이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정신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 그러면 우리나라는 천국이 돼요”라고 화답했다.

지승호의 스물 두 번째 인터뷰집은 수 년간 그의 지적 동반자였던 김규항과의 “대담에 가까운 인터뷰”다. 다음 달에 나온다.

● "사람 설득하려면 내가 먼저 이해해야"

-인터뷰에 앞서 지난 저작들을 다시 읽어 봤다. 머리말들이 흥미로웠는데, 왜 지금 이 인물을 인터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화가 치밀하더라.

나중에 읽어보면 창피할 때도 있다(웃음). 머리말은 인터뷰 원고 교정 볼 무렵에, 가장 늦게 쓰는 편이다. 작업에 가장 빠져 있을 때다. 그래서 신파가 되는 거지(웃음). 명확한 의도를 갖고 인터뷰이를 선택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스타일이라 그 과정을 거치면서 거의 사랑에 빠진다.

-초기에는 인터뷰이보다, 당대 이슈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답을 찾기 위해 적합한 인터뷰이를 찾아 다닌 인상이랄까.

지금도 그렇긴 한데, 내가 그런 방식만 했으면 동어반복이 많았을 것 같다. 초기 저작 내용이 아직도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이 빨리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지독하게 안 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의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좀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기도 하고. 요즘은 정치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괜찮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터뷰에는 스스로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과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함께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나.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내가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계몽주의적이고 싶지는 않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회에 괜찮은 영향을 끼칠 만한 메시지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그게 보여졌을 때 사람들이 배우기도, 위안을 얻기도 하는 거지.

-언젠가 <7人7色>(2005)이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전환점이 된 책은 뭔가.

그 책은 작은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이를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박노자 씨에게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하겠는지를 물어보는 식이었다(웃음). 그런 데서도 그의 사회적 코드가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환점은 <감독, 열정을 말하다>(2006)였던 것 같다.

그동안은 사회적 영역에서 이성적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문화적인 접근을 고민했다. 영화 감독의 사유는 여러 방식으로 수용하고 포현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장하준 선생을 인터뷰한 것도 경제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감독 시리즈는 왜 두 권만 냈나.

힘들었다. 품이 많이 들고 책도 안 팔려서(웃음). 하지만 지금은 프레시안의 김숙현 기자와 함께 장편영화 1~2편 만든 기대되는 감독들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터뷰이의 스펙트럼을 젊은 세대로까지 넓혀주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 만나 이런 흐름이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일이 상대의 '내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인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자기 표현을 하지 않나. 굳이 인터뷰로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인터뷰라는 작업이 인터뷰이를 시대사회적 맥락에서 객관화하는 의미도 있지 않나.

젊을 때는 행동하고 나중에 정리하는 면이 있지 않나.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사람을 인터뷰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동조하기를 요구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인터뷰의 가장 큰 소득이자 명예는 존중하는 상대에게 존중받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오지혜 씨 같은 경우는 20년 지기보다 내가 그를 더 많이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기도 한데, 사람들이 친구 사이에서도 얼마나 피상적으로 자기 위주로 대화하는지를 증명하는 말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인터뷰를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상대를 진지하게 봄으로써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조심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전업 인터뷰어로 먹고 살 만은 한가.

예전보다는 괜찮다. 초기에는 한 달 한 달이 불안했다면 요즘은 3개월이 고비랄까(웃음).

-네임 밸류가 생겼으니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따라올 것 같다.

책임감이라고 할 것까지야.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어준 씨에게도 하라고 하는데, 돈이 안 되니 안 하려 한다(웃음). 특히 젊은 사람들은 로또 사는 기분으로 남들 안 할 때 이런 작업 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재미 있지 않나. 인생의 목표만 바꾸면 재미있는 길들이 많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성찰이 나중에 자산이 되기도 하고. <인생 뭐 있어?> 같은 책을 쓸 수도 있지 않나(웃음).

-자신의 인터뷰가 인터뷰이를 치유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럼 인터뷰어 지승호를 치유하는 인터뷰어는 누군가.

나는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인터뷰를 하는 것이니까, 나 같은 인터뷰어가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인터뷰어를 원한다.

-최근 배우 신성일을 인터뷰했다. 다른 배우를 인터뷰할 생각도 있나.

송강호 씨에게 관심이 있다고 꼭 써 달라(웃음). 신해철 씨 인터뷰도 이렇게 성사된 경우다. <시사인> 인터뷰에서 신해철 씨와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걸 보고 직접 전화를 해 왔다. 받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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