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음식 둘러싼 오해와 진실]짜고 맵고 탄 음식 등 피하고 굽거나 튀기지 않고 조리해야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걸 바로잡는다고 해서 올바른 암 예방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 가이드를 정리해 본다.

짜고 탄 음식 피하고, 금연

우선, '음식섭취-암'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된 것들은 무조건 피하는 게 원칙이다. 짜게 먹지 말고, 태우거나 구운 음식도 가급적 제한해야 한다. 국내외의 다양한 임상연구에서 짠 음식을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탄 음식이나 불에 구운 음식도 위암 발생률을 높이며, 벤조피렌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뜨겁거나 매운 음식도 위암, 후두암 등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흡연은 폐암과 후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연히 밝혀져 있다. 국내외 통계자료를 보면, 남자의 경우 폐암의 80% 이상이 흡연에 기인하며, 후두암 환자의 98% 이상이 흡연자로 알려져 있다.

술·붉은 고기·설탕 등은 섭취량을 줄여라

술 자체가 암을 발생시킨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서울대의대 안윤옥 교수는 그러나 "과음을 하게 되면 체내의 특정 영양소를 소비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엽산을 많이 빼앗아 간다. 엽산의 결핍은 특히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음은 간암 발병 위험도 약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약간의 술은 암 예방과는 상관이 없으나 심장병 예방에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과음을 피하고, 하루 한 두잔 정도로 술의 양을 제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색 고기와 햄, 베이컨 등 가공된 고기의 과다 섭취와 대장암, 전립샘암, 유방암, 난소암 발병 위험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러한 고기를 하루 80g이상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각각 25%, 6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육류를 통해 섭취하는 과도한 동물성지방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붉은 색 고기의 섭취를 하루에 80g 이하, 일주일에 1~2회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달걀도 동물성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므로,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한다.

세계암연구재단은 199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설탕 섭취 증가에 따라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했고, 2005년 보고서에서는 설탕 섭취가 대장암 발생을 높인다고 결론지었다. 뿐만 아니라, 설탕 성분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를 마실 경우, 여성의 췌장암 발생이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설탕이 직접적으로 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세계암연구재단은 2007년 보고서에서 고농도의 설탕이 들어 있는 탄산음료의 섭취를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채소·과일 많이 먹고, 우유는 하루 한 컵 마셔라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매일 장기간 먹으면 암 예방 효과가 있다. 매일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5회 이상 먹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김치는 염장식품이므로, 김치 이외의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또, 항암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영양섭취로, 아무리 암 예방에 좋은 식품이라도 편식하는 것은 오히려 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인체에 필요한 5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우유는 암 발생에 있어 양면성이 있다. 여러 연구결과, 우유 속의 칼슘이 전립샘암 발생을 높이지만 대장암과 유방암의 발생은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과량의 우유를 섭취하면 체내에 과량의 동물성지방을 공급하게 돼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루 한 컵(20ml) 정도의 우유를 마시는 게 좋다.

항암식생활 지침은

같은 식품을 먹더라도 조리법에 따라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튀기거나 굽지 않는 방식으로 조리해야 한다.

조리 시 암 예방 성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타민 C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은 물과 만나면 쉽게 파괴된다.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를 물에 삶아 먹거나 물에 오래 담가두면 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항암식탁 프로젝트'에는 비타민C 식품은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거나 찌거나 볶는 방법으로 조리하면 손실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금치, 감자, 아스파라거스, 콩 등에 함유된 엽산은 열에 약하므로 살짝 데치거나 즙으로 먹는 것이 좋다.

고지방 식사도 문제가 되므로, 육류와 패스트푸드 중심의 서구식생활 패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신, 전통한식 위주의 식단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과식 및 고지방식을 피해야 한다.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에서 권장하는 암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을 정리하면,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고 ▲황록색 채소를 주로 한 과일 및 곡류 등의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며 ▲우유 및 유제품을 매일 1컵씩 마시고 ▲너무 짜거나 자극적이며, 뜨거운 음식, 불에 직접 타거나 훈제한 음식은 피하며 ▲붉은색 고기와 가공한 고기의 과다 섭취를 삼가고 ▲이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과식하지 말고 지방을 적게 먹어야 하며 ▲과음하지 말고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암 환자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


항암식사 지침을 철저히 따른다고 해서 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음식을 통한 암 예방률은 30% 정도로, 나머지 70%의 암 발생 확률이 남아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렸을 때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제대로 먹어야 암을 이긴다'를 쓴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많은 이들이 암 예방 식이요법과 치료 식이요법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항암 치료 중엔 정상세포들이 많이 죽어나간다. 이 때문에 정상세포의 재료인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암에 걸리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며 치료 중엔 계란, 두부, 소고기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고 강조한다.

대장암 환자도 치료 중엔 붉은 색 고기를 먹어도 상관이 없다. 단, 너무 많이 먹진 말고, 꾸준히 먹는 게 좋다. 김 팀장은 '소식해야 암세포가 죽는다'는 것도 대표적인 낭설이라고 지적한다. 체력이 약하면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하므로, 치료 전에 2kg 가량 체중을 늘려 놓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약물치료냐, 방사선 치료냐, 수술만 하느냐 등 치료방법에 따라 식이요법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정상 성인이 하루 2000kcal의 열량을 섭취해야 하는 반면, 암 환자는 400~500kcal 정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단백질의 정상인 하루 권장섭취량이 60~70g인 반면, 암 환자는 90~120g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식욕부진을 호소한다.

김 팀장은 "라면이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라도 환자가 먹고 싶다면 먹는 것이 안 먹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인다. 항암치료 중엔 어떤 음식을 먹으면 낫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치료를 견딜 수 있도록 잘 먹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암 치료 중에 라면을 먹고 싶다면, 국물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먹는 방식으로 잘 먹는 데 중점을 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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