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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측 상식 밖 흑피옥 재발굴

[흑피옥, 숨겨진 비밀] 발견된 인골 보호 않고 무덤 다시 덮어… 유적지 보존 공개적 발굴해야
제작 연대 1만4300년 전후 추정… 인류문명사 밝힐 '비밀의 열쇠'인가
  • 1)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만년옥석문화전'에 전시된 흑피옥 유물. 김희용 씨가 내놓은 남녀 흑피옥 조각상(사진 뒤쪽)은 높이가 120m에 달한다.
    2) 2006년 8월 김희용 씨가 흑피옥을 발굴한 네이멍구자치구 우란차부시 화더션 현장(위)에서 2009년 9월 22∼23일 다시 다시 확인 발굴(아래)이 진행됐다.
한 달 전인 9월 22일과 23일, 중국 북부 국경지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우란차부시(烏 蘭察布市) 화더션(化德縣)에서는 한 무덤에 대한 발굴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우란차부시박물관 관계자와 화더션 문화국 관리 등이 참여한 가운데 후샤오농(胡曉農) 박물관 부관장의 지휘 아래 인부 3명이 무덤을 파고 발굴에 나섰다.

화더션 류즈젠썅(六支箭鄕) 따징고우춘(大井溝村)에 위치한 이 무덤은 3년 전 한국의 고미술품 수집가 김희용(59) 씨가 고고학적 논란이 되고 있는 흑피옥(黑皮玉, 검은 칠을 한 옥) 31점과 인골을 발굴한 곳이다. 김씨는 흑피옥 31점과 인골 가운데 골반뼈만 꺼내어 모처에 보관 중이다.

흑피옥은 중국에서 알려져 있었지만 유적지에서 공식 발굴된 적이 없고 조각상이 너무 정교해 학자들은 인근의 홍산문화(紅山文化, B.C. 4500∼B.C.3000)를 모방해 만든 가짜라는 입장이 많다.

반면 베이징의 저명한 옥기 수장가인 주젼(朱震)을 비롯, 최초로 '흑피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옥기 전문가 바이위에(伯岳) 전 길림대 교수 등 민간 옥기 전문가들은 다년간의 경험과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흑피옥이 진짜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2009년 9월 22일 오후 4∼5시쯤 확인 발굴해 수습하고 있는 인골 사진(왼쪽). 그러나 발굴을 주도한 우란차부시박물관 후샤오농 부관장은 인골을 파낸 후 무덤을 흙으로 덮어 발굴 현장을 훼손(오른쪽)하고 인골 발견 사실 등을 극비로 할 것을 현지인들에게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김희용 씨가 16년 추적 끝에 2006년 한 유적지에서 다수의 흑피옥과 인골을 발굴하면서 흑피옥 진위 논란이 가열됐다. 게다가 서울대학교 공동기기원의 시료 분석 결과 흑피옥의 제작 연대가 무려 1만4300년 전후로 추정되면서 흑피옥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과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시료 분석대로라면 흑피옥은 구석기시대 후반에 해당되며 기존의 4대 고대문명보다 거의 1만 년 이상 앞서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시료 분석을 의뢰한 정건재 전남과학대 교수는 "그러한 분석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민족의 고대사를 포함해 종래의 인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대사건'"이라면서 "흑피옥 조각상의 정교함으로 미뤄 1만4000여 년 전의 '초(超)고대문명', 또는 '제1차 인류문명'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흑피옥 논란의 최대 관건은 제작 연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문제이다. 흑피옥을 깊이 탐구해온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수는 "엄밀하고 과학적인 연대측정을 통해 실제 흑피옥의 제작 시기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흑피옥 출토지에서 발견된 인골을 분석하면 연대측정은 보다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희용 씨는 2008년 중국 당국에 자신이 소장한 흑피옥 전부를 기증하는 대신 한국과 세계 각국 학자를 포함시킨 조사단의 공식발굴을 제안했다. 바이위에 전 교수도 김씨의 18년에 걸친 흑피옥 출토지 추적 노력을 높이 사 국가문물국 단지샹(單霽翔) 국장에게 국가 차원의 공개 발굴을 건의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1월 국가문물국은 김 씨가 구체적인 지점을 공개한다면 정식으로 발굴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26∼27일, 김 씨를 포함한 11명의 민간인과 중국중앙방송(CCTV) 기자 4명 등이 응웨이다(應偉達) 중국수장가협회옥기수장위원회 부주석을 단장으로 하여 흑피옥이 발굴된 현장을 확인하였다.

이후 공식 발굴이 계속 늦어짐에 따라 9월 23∼24일, 우란차부시박물관 후샤오농 부관장 주도 아래 김 씨가 발굴했던 무덤에 대한 재발굴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런데 발굴 과정에서 비학술적인, 학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발굴된 인골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고, 발굴 후 무덤을 다시 흙으로 덮어버렸으며, 인부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비밀로 하라고 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인 것이다.

김 씨의 부탁으로 현장을 안내한 이는 정황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남모르게 발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안내인을 통해 소식을 접한 김씨는 9월 말 후샤오농의 비학술적인 발굴과 현장 은폐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귀국했다. 김씨에 따르면 후샤오농은 발굴된 인골을 국가문물국이나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네이멍구공작대 등 상급기관에 보고하지도 않고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고 한다.

김 씨는 "동북아, 나아가 세계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는 유적지, 진위 논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유적지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학자적 양심으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것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인골을 시급히 회수해 정확한 연대측정을 실시할 것과 공개적인 발굴과 연구를 거듭 촉구했다.

"인골 회수해 과학적 연대측정 해야"


흑피옥 유적지 최초 발견자 김희용씨
고미술품 수집가인 김희용 씨는 1990년 어느날 일본 간다(神田) 지역의 고서점에서 1940년대 중국 동북부(만주)에 거주한 적이 있는 한 일본 노인으로부터 '검은 칠을 한 옥기' 이야기를 듣고 이를 추적했다.

그리고 16년 만인 2006년 8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우란차부시 화더현의 한 초원지대에서 흑피옥 31점과 인골을 발굴했다.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공개 편지를 써서 이 사실을 알리고 공개 발굴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07년 8월 중국 신화사 통신의 자회사인 '신화미통'에서 김 씨가 최초로 찾아낸 흑피옥 유적지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씨와 흑피옥이 중국에 널리 알려졌다.

- 최근 흑피옥 유적지 발굴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인류 문명사적 범죄행위로 학자적 양심으론 도저히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우선 후샤오농을 비롯해 중국 당국이 인골을 회수해 과학적인 연대측정에 나서야 한다."

- 16년간이나 흑피옥을 추적하고 현재도 흑피옥에 전력하는 이유는

"처음엔 개인적인 '흥미'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흑피옥이 인류 문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계사적이라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갖게 됐다. 중국인도 모르는 흑피옥 유적지를 한국인으로 최초로 발견했다는 자부심이 흑피옥이 지닌 가치를 온전히 세계에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 학계에서는 흑피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무덤에 들어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인골과 주변에 장식된 흑피옥들, 그리고 고대 무덤 형식 등. 그리고 30년 넘게 유물을 다루다 보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심안(心眼)이랄까 하는 직감이라는 게 있다. 몇몇 과학적인 분석도 흑피옥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 흑피옥이 출토된 지역을 정천문명(井泉文明)이라고 명명했는데

"현장 주변에 우물과 샘이 많아 그렇게 이름 붙였다. 또 화산폭발을 추정케하는 커다란 호수의 흔적들이 보이는데 고도로 발달된 흑피옥 문명(초고대문명)이 지각변동으로 멸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 흑피옥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은

"흑피옥이 나오는 지역은 중국만의 고대문명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나아가 인류 최고의 고대문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서 중국, 한국, 몽골 등 인접국가의 학자들과 세계적인 관련학자들이 참여해 발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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