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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놀라움을 회복시키는 풍경

[지상갤러리] 최기창 개인전<The Marvelous in the Everyday>
  • 1-Run, 2009
    2-Float, 2009
    3-Diving, 2009
    4-Flying,2009
놀라움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아무리 포악한 심사도 사랑 앞에서는 누그러지고, 죽음을 가까이 겪은 이들이 겸손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인이 서로 탐하는 시선에는 골똘한 경탄이 담겨 있다.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생은 경이로워진다. 세상에, 어떻게 당신이 내 손을 잡게 되었지, 이 아까운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지내 왔을까. 모든 웃음과 말, 움직임이 지극해진다. 일상에서 충분히 놀랄 수 있다면 애정 결핍이나 욕구 불만 같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정신병도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욕망'들'의 스펙트럼을 일괄 재배열함으로써 작동하는 자본주의 문명 하에서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놀라며 살기도 쉽지 않다. 놀라움의 대상은 제공된다. 손에 착 달라붙는 핸드폰, 입주자까지 프리미엄급으로 격상시켜주는 프리미엄 아파트, 이번 시즌 트렌드에 따라 어깨가 쫑긋 선 재킷….

놀라움의 수준도 조절된다. 자본의 무한한 증식을 위해서는 하나의 상품이 궁극의 놀라움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소비자의 일상은 놀랍다고 외치는 광고 속에, 한때 놀라웠으나 곧 시들해진 상품들과 어느 정도까지 문명이 통제하고 강요한 것인지 모를 지경인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놀라움 자체가 진부한 원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개인이 놀라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감수성과 놀라고자 하는 의지, 놀라워할 수 있는 능력을 지켜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디어질수록 삶도 시시해진다.

  • 1-Twins, 2009
    2-Forward, 2009
    3-Moon, 2009
그럴 때 마주친 이런 그림들, 발을 뻗고 달리고 뛰어드는 인간의 꼬물꼬물한 움직임을 넓고 아름다운 자연에 건강하게 박아놓은 최기창의 'The Marvelous in the Everyday 일상의 경이'들은 우리가 저렇게 놀라운 존재들이었던 기억을 회복시켜준다.

최기창 개인전 < The Marvelous in the Everyday >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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