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유현미 개인전 <Bleeding Blue>
작가 유현미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의 사진은 사물을 배치하고, 그 전경이 그림 같도록 색칠한 후 찍은 것이다. 귀납적으로는 사진이되, 카메라로 귀결되기까지 조각, 회화의 공정을 거치는 복합 장르인 셈이다.
그래서 그 안에 조각의 양감과 회화의 질감, 사진의 즉물성이 다 있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장르적 성질을 질료로 새로운 미적 감각을 조립했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이번에는 영상까지 도입했다. 이는 서사를 들여왔다는 뜻이다. < Bleeding Blue >는 한 남자의 방-물론 소파에 앉은 남자도 포함해서!-을 통째로 '그리고', '찍어낸' 과정이다. 작가의 진두지휘 하에 작업자들은 방의 면면을 새하얀 캔버스로 표백한 후, '그림 같은' 색채와 명암을 입힌다. 자신만의 방에서 쉬거나 TV를 보거나, 고민에 빠져 있었을 남자의 한 순간은 침입자들의 붓으로 포박당한다. 이런, 미술의 무자비한 박제!
그리하여 도달한 저 마지막 장면을 무엇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까. 저 인공의 덧칠과 남자의 사연, 기계적인 시간의 흐름 사이에서, 관객의 감각과 기억에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전작의 맥을 잇는 사진 연작 < Composition >도 전시된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는 사물들이 서로, 그리고 땅과 붙어 있다는 점이다. 주로 날으는 꼴들을 표현한 초기작에 비해 중력이 강해졌다는 것도 유현미의 최근작이 삶과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유현미 개인전 < Bleeding Blue >는 내년 1월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몽인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736-1446~8.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