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신동원 개인전 <Domestic Era>
그러나 이 가정은 진짜와 가짜 사이 어딘가에 있다. 납작하게 만들어져 벽에 붙어 있는 집기들은 평면과 입체 사이에 있고, 우리집에 있는 생활용품을 재현하면서도 쓸모 없다.
바닥에 놓여 있어야 할 것들이 공중에 떠 있다. '집'이나 '가족'에 비해 형체가 모호한 '가정'의 속성을 가리키는 것일까. 우리가 '가정'이라고 지칭하는 것에는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난 안락한 자리에 대한 기대와 상상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정에 대한 사회적 규정이 있다. 신동원 작가가 만들어낸 가정의 모습은 전통적이거나 으리으리한 집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쩐지 새침하고 소박한 인상이 아마도 도시의 평범한 핵가족의 집 같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약간의 허영심까지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이 쳇바퀴 돌리는 듯한 도시의 일상을 견디고 있는 우리 대다수의 가정 말이다.
신동원 개인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