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진의 무한 변주]'다큐멘터리 세미나' 작년부터 다섯 차례 발제와 토론 이어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세미나 전경
최근 사진의 양적 확장과 달리 상대적 빈곤에 시달려왔던 사진계에서, 사진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해 10월부터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관장 이재구)에서 열리고 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다큐멘터리 독립관을 개관할 예정으로, 일련의 '다큐멘터리 세미나'는 그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진작가 이상일이 다큐멘터리 독립관과 더불어 이번 세미나의 디렉터로 나섰다. 국내의 사진가, 교수, 평론가가 한자리에 모여 발제와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현대사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와 가치'라는 대주제 아래, 다섯 차례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진다. 2009년 10월 31일 첫 발제를 시작으로, 지난 6월 12일까지 세 차례 진행되었고 2번의 세미나가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부터 '저널리즘 사진과의 관계', '예술사진과의 관계',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 모색' 등에 대한 소주제가 이어진다.

첫 발제를 맡은 박평종 씨(미학자. 사진비평가)는 '현대미술 속에서의 사진의 양적 팽창과 확장 이면에 다큐멘터리 사진의 침체'란 현실을 직시하면서 다큐멘터리의 개념과 역사적 맥락부터 살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특정한 장르가 아닌, 사진의 스타일 혹은 형식의 표현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다큐멘터리적인 스타일을 취하는 사진 일반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워커 에반스와 로버트 프랭크가 미국 사회를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듯이, 다큐멘터리는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부단히 변화하는 방법적 개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개인에 따라, 시대와 공간에 따라, 역사적 조건에 따라 적합한 형식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평종 씨의 말대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못지 않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방법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에서 시작된 세미나는 현재 '예술사진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심화하고 있다. 기실, 지금까지는 다큐멘터리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주하 씨(사진가. 백제 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 사진 간의 엄격한 구분은 어렵지만 원론적인 경계는 존재함을 인정했다. 완전히 분리할 수 없으면서, 또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 '교집합'이 존재한다는 것. 교집합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양심과 예술계의 또 다른 시선들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결론을 내렸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