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을 기록하는 예술가들] 사진작가들 4대강 프로젝트, 여주 민예총 등 <바깥미술제> 열고다큐감독 <강의 진실>, <강> 찍고, 작가회의 시집, 산문집 출간 준비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의 김흥구 작가가 촬영한 낙동강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한 카메라 광고 카피만큼 4대강 사업의 관건을 꿰뚫는 말도 없다.

4대강은 엄연히 국토의 일부지만, 국민의 상당수인 도시민에게는 체험되지 않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확히 전해지지 않는 이상 사업의 의미에 대한 논의도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강의 변화는 단지 경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환경의 변화다. 자연의 변화이고, 사람과 세계 간 관계의 변화다. 현지에 사는 사람만이 당사자가 아니다. 국토의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나섰다. 정부와 언론이 각자의 이해에 따라 전달하는 공사 현장에서 생략된 것, 외관뿐만 아니라 강에 기댄 삶과 정서의 변화까지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예술가들이 4대강을 찾고 있다.

강과 만나, 강을 전하다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의 노순택 작가가 촬영한 영산강
강제욱, 노순택, 성남훈, 이상엽, 조우혜... 내로라하는 10명의 사진작가들이 강으로 갔다.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과 금강을 나누어 꼼꼼히 기록하는 1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강이 파헤쳐지는 모습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아귀다툼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달 말에는 상반기 작업의 결과물을 모아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고 하반기에는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는 인터넷 언론 매체인 프레시안의 사진 뉴스 전문 서비스인 '이미지프레시안'의 첫번째 프로젝트다. 그만큼 예술성과 저널리즘이라는 두 가치 모두에 초점을 맞춘다. 공사 현장을 조망하고 그 안의 아깝거나 안타까운 풍경을 줌인한 작품들에서는 작가들 자신의 마음까지 배어난다. 생생한 현장감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프레시안의 손문상 이미지팀장은 "단순한 사진 작업을 넘는 현장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보는 일은 나와 4대강 사업의 거리를 좁히는 대리체험이다.

여주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소속 작가들은 지난달 신륵사 주변에서 바깥미술제를 열었다. 한강 상류로 3개 보가 들어설 예정인 여주는 현재 공사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슬픈 강-사라져 가는 생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미술제에는 서울과 경기, 충청 지역의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 소속 작가들이 함께 했다.

강에서 살지 못해 물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를 형상화한 작품,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본뜬 작품 등이 설치되었다. 이 작품들은 장마철 이후 두물머리에 옮겨 전시되며, 9월 열리는 <조국의 산하> 전에서도 같은 주제가 지속될 예정이다.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의 최항영 작가가 촬영한 한강
이는 인간사회 위주의 정부 정책과 4대강 사업 담론이 간과한 생태 문제를 경관의 일부로 되살려 환기하려는 의도다. 서울 민미협의 김종도 회장은 "현 정권 하 현실의 본질을 작업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강을 도구적으로 보는 시선에 바탕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 수만 년 동안 생명과 삶의 터전이었던 강은 언제든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신성불가침 영역"이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 점을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 여주 민예총은 앞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영학 지부장은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관건이다. 전시 기간 중 늦게나마 여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남한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까페'가 꾸려진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강과 사람의 관계를 고민하다

"강이라는 것이 원래 꼬불꼬불 흐르고 웅덩이도 있고 여울도 있고 또 강 옆에는 풀이 나고 나무가 나서 자연스럽게 육지와 연결해주고 그리고 모든 생물들이 물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고 또 물에 사는 생물들도 육지로 올라와야 되고 이런 순환고리가 다 연결돼야 되는데 그 모든 걸 다 파괴하는 게 지금 4대강 사업이거든요."

지난달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단체 푸른영상이 수원교구공동선실현사제연대와 4대강사업저지를위한천주교연대의 의뢰를 받아 만든 23분 분량의 동영상 <강의 진실>에는 4대강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담겼다. 팔당의 한 농민은 말한다. "왜 이렇게 이 땅에 애착을 느끼느냐 하면... 내 젊음이 여기서 다 소진된 거 아니에요. 농사 지어 4남매를 대학까지 다 가르쳤다고요."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의 이상엽 작가가 촬영한 금강
또 다른 농민들도 말한다. "여기에 자전거도로 내고 야외공연장을 세우고... 공원을 만든다는 거잖아요. 서울의 돈 많은 사람들 놀러 오는.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잖아요." "보상해준다는 거, 그거 당신들이 다 가져가고 난 여기 살게만 해주면 좋겠어요. 떠난다는 게 막막합니다."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를 건설해 물길을 막는 사업 결과 홍수 피해가 늘어나고, 식수가 오염될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급속히 진행한 정부 측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국민의 70%가 반대하지만 공사는 벌써 10분의 1 이상 전개됐다.

푸른영상은 <강의 진실> 제작 후 감독들이 직접 4대강에 살며 사업 진행 과정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강>을 만들기로 했다. 고은진, 강세진 감독이 각각 한강 팔당 지역과 낙동강 지역에 투입되었다. 이들의 카메라는 두 달째 강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붙들고 있다.

"강세진 감독이 머물고 있는 낙동강 지역은 수몰마을이에요. 농토는 물론 집까지 모든 삶의 흔적이 곧 사라질 겁니다. 농민들 연령이 70대 이상이라 반대 움직임도 크지 않고요. 그분들이 올해, 마지막 농사를 짓고 계시대요."

고은진 감독은 팔당에서 평생 땅을 지키며 산 삶과 땅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은 삶을 만났다. 올해 예순 살의 이흥교 씨는 70년대 초반부터 팔당에서 농사를 지었다. "땅이나 물이 가족만큼이나 소중해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해 보상 합의를 하지 않았다. 마흔다섯 살의 서규섭 씨는 젊은 시절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동체를 찾아 헤매고 헤매다 이곳에 정착한 사례. 겨우 마음을 준 삶의 자리를 빼앗긴다는 절망이 누구보다 크다.

에는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형상화한 작품이 전시되었다.
자연스럽게 축적된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억지로 끊고 얻으려는 것이 무엇일까. <강>은 사실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핵심 질문에 다가가려고 한다.

강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4대강 사업의 문제는 핵심 질문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가, 이전에 강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그 가치가 얼마이며 경제적 논리로 환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회의 소속 시인, 소설가들은 그 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강의 본래 모습이 사라진다는 것과 삶의 모습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짚는 시집과 산문집 <강은 흘러야 한다>(가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천양희, 고은, 강은교, 문태준, 황지우, 함민복, 함성호, 김경주, 신용목 등 약 100명의 시인과 한창훈, 유용주, 한강, 김연수, 강영숙, 윤이형 등 약 50명의 소설가가 참여한다.

작가회의 사무국장인 김근 시인은 "강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모래톱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강에 기댄 정서와 이야기들,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번 책들은 그것을 돌아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기록을 공공의 기억으로 퍼뜨리는 일이 지금 한국사회 예술의 최전선이다.

지난달 여주에서 열린 <바깥미술제>

푸른영상의 다큐멘터리 <강>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낙동강, 상주보 공사 현장 앞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한줄 선언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