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라이프] 더 편리한 세상 전망 속 몸과 마음의 변화 보듬어야

"inside" Installation: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Multi-media Installation을 활용하여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3D 공간을 구현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는 컴퓨터라는 미디어 안에, 그리고 그 미디어를 통해서 존재한다."

미래학자 데이비드 볼터는 컴퓨터가 현대인들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첨단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라이프가 지금 우리사회의 이슈다. 첨단기술이 세상을 더 편리하고, 살기 좋게, 빠르고 안전하게 바꿔줄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전망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첨단기술이 만들어낸 인공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기술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바꾼다. 첨단기술은 몸과 결합하여 인간의 감각을 확장한다. 휴대전화는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자동차는 발이 되었다.

몸이 첨단기술과 결합하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멀리 떨어진 곳도 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몸은 기계의 속도에 적응한다. 삶의 속도는 빨라지고 몸의 감각은 기계화된다. 내 몸의 감각기관들은 자연이 아니라 첨단 미디어와 접속한다. 인간은 자연과 더 이상 바로 통하지 못한다. 친구와의 만남도 미디어가 반, 나머지가 반이다.

기술은 기술의 산물을 인간에게 안겨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사물이 되고 환경이 된다. 결국 인간의 속성도 변하고 삶도 바뀐다.

첨단기술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변화시킨다. 우리는 몸으로 체험한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기억과 활동은 뇌가 아니라 컴퓨터의 메모리에 매 순간 저장된다. 컴퓨터는 기억의 저장소인 머리를 쉬게 만든다. 더 이상 사물과 직접 만나고 씨름하면서 몸으로 기억을 만들거나 어렵게 마음 속에 추억을 새겨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가상현실은 다른 사람의 체험을 매개하여 전달하고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실세계의 직접성은 약화되지만 사이버세계의 매개성은 점차 커진다. 무엇이 가짜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를 점점 더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첨단정보사회에서는 나의 감각기관이 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적응하여 육체의 살과 피를 데이터 배열과 맞바꾸고, 내 대뇌피질 주름 속의 기억이 거대한 컴퓨터 네트워크의 서버 속으로 편입된다. 나의 확장장치는 내 몸 속이 아니라 내 육체의 바깥에 존재한다. 육체를 떠난 기억과 체험과 의지는 이제 내 몸 속이 아니라 내 몸 바깥에 존재하게 된다. 기계는 내 몸 속으로 들어오고 내 마음은 내 몸을 떠난다.

요즘 '스마트 라이프'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만큼 첨단기술은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바꾸고 있다. 여전히 멀리 산이 서있고 강은 유유하게 흐르지만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가상세계의 게임을 즐기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며 생활한다.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연예인의 일상이 나의 생활보다 더 가깝다.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어 전달되는 정보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보다 더 사실 같다. 이제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조차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지 않으면 현실성을 갖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잃어버린 직접성과 야생의 세상을 무엇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이제 고운 날개를 비벼 소리를 만들어내던 신비스런 여치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첨단 기기들이 차지했다. 유년기의 어떤 맑은 여름날 풀잎에서 울어대던 여치 한 마리를 잡을 때의 숨 막히는 집중과 희열을 스마트폰 게임이 대신할 수 없다. 무더운 여름날 밤, 잃어버린 과거의 자연으로 되돌아가 살 수는 없지만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사라진 여치의 추억에 잠겨보시길.



백욱인 디지털 비평지 구운몽 편집인 서울산업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