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의 재발견] 취미로 시작해 스타 작가된 3人

한성옥 작가가 펴낸 <여우솜씨의 생활 속 퀼트>
어떤 이는 외로워서, 어떤 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서, 어떤 이는 태교를 위해, 또 어떤 이는 지인에게 정성 담긴 선물을 하고 싶어 한 손엔 실이 꽂힌 바늘을, 다른 한 손엔 천을 쥐었다.

각자 천에 땀을 뜨는 이유는 다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타인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비슷하다. 여기,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강사로, 숍의 오너가 된 이들이 있다. 그들의 정직한 손이 지어낸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우솜씨'의 한성옥 퀼트 작가

다음카페의 '여우솜씨' 주인장으로 더 잘 알려진 한성옥씨는 10년 전, 취미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컴퓨터를 전공했던 그녀는 '바늘에 실 끼우기'부터 '안 입는 청바지 리폼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대 이상 여성회원 수가 현재 11만 명에 이른다.

"예전에는 젊은 분들 중에 30대가 확실히 많았어요. 하지만 근래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합니다. 10년 전보다는 많이 알려지고 보급된 것 같아요."

최상훈 작가
휴가기간이라 피서지에서 야영하고 있다는 그녀는 전화를 받는 그 순간에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10년 이상 즐겁게 바느질을 할 수 있었던 건, '퀼트' 덕분이라고 했다. 한 작가에게 퀼트는 재단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적인 존재다.

"왜 원단을 잘라서 다시 연결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각각의 원단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늘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죠. 퀼트로 이불, 가방, 조끼 등 못 만들게 없지요. 더 큰 장점은 손톱만큼 작은 천도 꽃 만들 때 꽃 심으로 활용할 정도로 버리는 천이 없다는 거예요."

퀼트로 쌓은 공력은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리폼 전문가로의 변신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것들을 이어가다 보니 나무에 그림도 그려 소품에 이용하게 됐고,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목공도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목공 DIY>라는 책을 내고 공방을 내면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가능성을 확장시켜가는 중이다.

"바느질이 왜 좋으냐구요? 그건 '넌 왜 날 좋아하니?'라는 것과 같은 질문이에요. 바느질이 없으면 그냥 버려질 천 조각일 뿐이지만 바느질과 만나면서 전에 없던 물건이 만들어지고, 생명력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 과정이 그냥 좋아요."

바느질하는 남자, '놀아형'

'어느 오후'의 황윤숙, 김정아 작가
는 원래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해 판매했다. 제작하는 이들을 고용했을 뿐 이때까지 그가 무엇을 만들어보진 않았다. 목공예나 쿠션, 이불, 가방, 인형을 볼 수 있었던 인테리어 소품 매장은 IMF로 주저앉기 전까지는 제법 성장했었다. 이후 그를 다시 일으켜준 것이 바느질이었다. 7년 전 홍대에서 '로라홈'을 개업해 현재 두 개의 매장으로 확장됐다. 바느질을 순전히 독학해온 그는 자신이 남자여서 바느질을 하는데 불편함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면. '유기농 DIY'를 테마로 책을 펴냈을 정도로 그는 화학적인 느낌을 싫어한다. "면 외의 소재는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실크처럼 본연의 반짝임과 달리 화학소재의 인위적인 반짝임을 싫어하거든요. 또 면은 박음질이 잘되고 저를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제작할 때 기교가 많아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재료에 충실하면 편안하게 잘 만들어지는 소재지요."

그가 요즘 만들고 있는 것은 소위 에코 백이라 불리는 가방류다. 그리고 꼼꼼한 손길이 요구되는 유기농 소재의 인형은 꾸준히 그가 공을 들이는 작품이다.

"손바느질 작품은 하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에 마니아층이 있어요. 제 경우엔 손맛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손바느질하곤 하죠. 재봉틀에서 하는 기교에 한계를 느낄 때, 재봉질로는 뭔가 아쉬울 때, 두꺼운 실을 사용한다거나, 구슬을 단다거나, 준보석을 달면서 터치감을 살려주면 훨씬 멋스러워지죠."

헤이리나 홍대에서 종종 전시를 열고 있는 그는 내년 3월 정도에 현재 준비하는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이즈가 2미터에 이르는 퀼트와 그가 '미래지향적'이라고 표현하는 청바지를 이용한 리폼 작품들이다.

'어느 오후'의 황윤숙 작가

DIY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핸드메이드 블로그를 운영하는 황윤숙 작가도 그 시작은 취미였다. 우연히 보게 된 '리넨'이란 소재에 반해 손바느질에 빠져들었다.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가공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색감과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역시나 그녀가 가장 아끼는 재료는 리넨과 면, 펠트다. 그녀가 말하는 이들 재료의 매력은 '다루기 쉽다'는 것.

"리넨은 내추럴함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옷으로 만들거나 생활용품을 만들어도 색감이나 재질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이 입거나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펠트 같은 경우도 비슷한데, 다양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요. 가위로 비뚤게 잘라 바느질해도 특별한 작품이 나와요. 다른 색실을 써도 이것을 충분히 소화해주는 너그러움이 느껴지는 재료예요."

그녀에게 바느질은 '소통'이었다. 리넨으로 만든 작은 소품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하면서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각별한 감정들은 그녀가 이 일을 업으로 삼게 했다. 김정아 작가와 의기투합해 '어느 오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온라인 반제품 숍과 책도 펴냈다.

그녀의 '손맛'은 바느질 외에도 양모 펠트나 목공으로도 이어진다. "양털은 열에 반응하고 잘 엉키는 성질이 있는데 이 성질을 이용해서 인형, 가방, 옷을 만들죠. 전 특히 인형을 많이 만드는데요. 특수 바늘로 염색된 다양한 색상의 양모를 모아 쿡쿡 찍어 뭉쳐서 동물을 만들거나 인형을 만들면 자연스러운 특별한 양모작품이 되거든요. 집에 필요한 선반이나 작은 가구를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죠. '어느 오후' 작업실에 있는 가구의 절반 이상은 직접 만들 것들이에요."

늘 손이 바쁜 그녀는 요즘 김정아 작가와 함께 '어느 오후'의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며 책 출판과 동시에 전시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