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더 젊어지다] 'KT올레스퀘어', '웰콤씨어터', '가야씨어터' 등 참신한 아이디어 돋보여

책을 보며 차를 마시는 카페가 유행일 때가 있었다. 일명 '북카페'로 이름을 올리더니, 어느 순간 영화를 보며 차를 마시는 '스크린 카페'도 대학로를 점령했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요구가 깃든 복합문화공간의 탄생이었다. 이제는 몇 단계 더 발전해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문화공간들이 탄생하고 있다.

IT와 음악의 만남

복합적인 놀이 문화에 IT가 접목된 그림은 어떨까. 서울 광화문의 ''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정의에 대한 답을 확실히 하고 있다.

는 공연과 함께 까다로운 IT기기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한 자리에 마련했다. KT는 지난 5월 기존의 KT아트홀을 올레스퀘어로 바꾸고 공연장인 드림홀과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에코 라운지, IT기기 체험관인 쿡앤쇼 서비스 라운지 등을 새롭게 꾸몄다.

KT올레스퀘어
3개월이 지난 지금, 는 관객이라는 호칭보다는 방문객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이 공연이 없어도 개방되는 이곳에 들러 무료체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에코라운지는 IT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공간. 실내정원처럼 꾸며진 라운지에는 비를 맞는 듯한 디지털 레인과 손동작을 인식해 영상이 작동되는 IR센서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지털의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200석 규모의 드림홀에선 각종 공연뿐만 아니라 생활 IT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도움을 주는 무료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2010 LOVE Actually> 재즈공연으로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드림홀은 장르를 구분하지 않은 라이브 공연 위주로 관객들에게 다가설 계획이다.

8월 중에는 가수 윤하의 앨범 사인회 등이 계획돼 있어 더욱 친밀도 있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방문객 수만 1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하루에 2500여 명이 다녀가는데 과거에 비하면 두 배가량 늘었다. 방문객의 70% 이상이 20~30대 젊은 층으로 구성돼 IT에 대한 관심도 엿볼 수 있다. 가족 단위의 방문도 늘어나면서 장년층도 IT를 매개로 젊은 층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의 김치현 매니저는 "클래식 등 스케일이 큰 공연보다는 재즈나 대중음악을 관객에게 선사하면서 일반과 친근한 공간이 되었다. IT와 음악이 공존하는 유일한 문화공간인 셈이다"고 말했다.

관객의 시선에 맞춘 공연장

웰콤씨어터 외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게 중요합니다."

8월 5일 서울 장충동 웰콤씨어터에는 가수 이상은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벽돌을 쌓아올린 듯 한 무대 위 벽면에 '이상은 출판기념회'라고 적힌 푸른빛 영상은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가와 50여 명의 독자들과의 대화 시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하에 마련된 공간이지만, 아담한 사이즈의 홀과 계단식으로 된 바닥은 무대 위 이상은과의 거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웰콤씨어터는 지난 3월 전시회 위주의 갤러리에서 음악 전문 공연장으로 재탄생했다. 스탠딩 관객까지 소화하면 200여 석을 보유하고 음향장비를 갖춘 공간이다. 최근에는 인디나 대중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도심 속 작은 음악회'를 가능하게 했다.

웰콤씨어터의 김기정 이사는 "3월부터 갤러리가 아닌 공연장으로 재정비한 이후 주제와 의미가 뚜렷한 공연들을 진행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가 좁기 때문에 특히 젊은 관객들이 느끼는 공연의 열정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웰콤씨어터는 공연뿐만 아니라 이상은의 출판기념회처럼 인디 밴드나 신인 가수들의 앨범 쇼케이스도 진행 중이다. 갤러리로 특정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문화공간이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180도 변화를 겪으며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우쿨렐레 피크닉 첫 단독 콘서트', '박새별 1집 발매기념 콘서트', '정재형이 만드는 음악회'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준비 중이다. 특히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도 상영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영상과 음악이 접목된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웰콤씨어터 '출판기념회 현장'
내달 개관을 앞두고 있는 가야씨어터도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공연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 잡은 가야씨어터는 30대 초반의 극장장인 허욱 대표를 비롯해 전 경영진이 20~30대로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개관 전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염두에 두었던 건 장애인에 대한 배려였다.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된 휠체어 전용 복도는 장애인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공연장 안으로 인도한다. 공연장 안에는 무대 바로 앞에 장애인석이 마련돼 있다. 대부분 2층의 사이드에 자리했던 장애인석이 무대 중앙으로 내려온 것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남다르다.

극장 옥상에는 조그맣게 잔디밭이 조성돼 이를 중심으로 무대가 만들어졌다. 인형극이나 독서 토론회 등 어린이들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둔 공간이다. 이런 소소한 배려가 극장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허욱 대표는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관객들에게 더욱 친근한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공연을 보러 오는 극장에서 더 나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극장이 되고자 한다"며 "특히 현대적인 시설과 고전적인 내관으로 다양한 공연을 유치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공간, 왜 젊어지나

가야씨어터 내부
대학로 소극장들이 오랫동안 그 명목을 유지하며 국내 공연계를 이끌어 가는 저력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무대와 관객, 아티스트가 혼연일체된 공간적 제약 덕분이다. 좁은 공간일수록 무대 위 가수 혹은 배우들의 호흡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져 적극적인 공감의 자리가 형성된다.

이런 매력으로 인해 관객들은 대학로의 공연들을 그리워하고 찾고 있다. 영상물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느끼는 거리가 좁을수록 관객들은 매료된다. 제한적 공간이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참신한 직접 체험을 경험케 하는 셈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트홀도 공간적 제한을 다양한 루트로 파괴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 콘서트, 영화 상영 등 좁은 무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발굴해 관객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양한 콘텐츠를 바라는 관객의 요구와 제한적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공연장들이 늘어나면서 가능해졌다.

한 공연기획자는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아티스트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연을 바란다. 이들은 비싼 티켓료를 내고도 감동할 수 없었던 부분을 아티스트와 거리를 좁힌 소극장 공연으로 해소하길 원한다"며 "많은 공연장들이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을 창조해냈다"고 설명했다.

한 공간 안에서 여러 형태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복합문화공간은 각광을 받고 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폭넓은 관객층의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것도 긍정적 평가이다.

가야씨어터 장애인석
KT뮤직의 최윤선 과장은 "1970년대 이후부터 윤택한 문화를 흡수해온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에 맞는 눈높이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또 '내 가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중요하다"며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더욱 필요하다. 처럼 딱딱한 IT를 접목시킨 문화공간이 점점 더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