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유화수 개인전 'Dolce Vite'
노란 색과 검은 색이 대비되는 줄무늬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램프에 얹힌 색색의 갓들은 분명, 안전모다. 거리와 공사장에서 주워 온 재료들이다.
버려진 것들로 만들어낸 우아하고 실용적인 물건들. 유화수 작가의 작품들은 세상에 얼마나 '쓸 데 없이' 버려지는 것이 많은지 증명한다. 기존의 세상은 수명을 다해서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허물어진다.
누구의 필요에 의해서일까. 적어도 폐자재에서 보편적인 쓸모를 '발굴'해내는 작가나, 그것에 동의하는 관객의 필요는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무'는 마치 지면 아래로 토건 사업이 남긴 잔류 에너지를 흡수해 발육하는 인조나무처럼 보인다. 토건 국가의 건축 자재로 동력을 조달하는 조형물이라는 역설. 민관에 지대한 폐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작가는 그가 속한 행정부의 건설 일방주의의 치부를, 공공미술이라는 가림막 뒤로 은폐하여 재현한다."
유화수 작가의 미덕은 주장보다 근거를 내세운다는 데 있다. 그의 작업에서는 삶의 환경을 지속시키기보다 무너뜨리고 새로 세우기에 급급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읽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작업 자체가 그런 격변의 명목에 대한 반증이다.
또 다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데, 여봐라, 이전의 것들도 얼마나 실용적이냔 말이다. 소비 지향적인 우리의 삶 역시 뜨끔할 만하다. 그의 재활용 미술은 정치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일상문화적인 의미에서 한국사회가 얼마나 속속들이 앞으로 달음박질치는 데만 열중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