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콘텐츠 산업 트렌드와 기획, 유통, 마케팅 등 노하우 소개스마트시대 전략서 트랜스미디어와 애니메이션 사업 등 다뤄

'2011 국제콘텐츠컨퍼런스' 스캇 로스 연설
"한국적인 감성이나 한 문화를 드러내는 스토리보다는 글로벌한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 눈높이를 맞춰라!"

우리 영화 <괴물>, <올드보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명성은 명성이었을 뿐 외화벌이에 성공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가 세계 속에서 인지도를 높이고는 있지만, 전 세계인이 모두 봤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하는 거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글로벌적으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1 국제콘텐츠컨퍼런스(DICON 2011)'가 개최됐다. 올해로 10번 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우리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 지를 모색했다.

각 섹션당 10개 이상의 강연과 네트워킹은 각국의 콘텐츠 산업 트렌드와 기획, 유통, 마케팅 등에 대한 노하우가 소개됐다. 과연 전 세계인이 감동과 재미를 느끼기 위한 콘텐츠란 어떤 것인가.

'2011 국제콘텐츠컨퍼런스' 행사 현장
한국영화 콘텐츠, 글로벌한 스토리가 관건이다

"콘텐츠 산업이야말로 모든 경제의 미래다."

8월 30일과 3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선 'DICON 2011'이 진행됐다.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계의 대가' 스캇 로스는 'The way to be SMART(스마트환경에서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라는 주제아래 '스마트시대의 VFX(특수효과) 산업의 미래'를 발표했다.

그는 1993년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과 함께 특수효과 전문회사인 디지털도메인을 만들어 영화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100여 개의 작품에서 시각효과 전문가로 활동했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5차례나 수상한 베테랑. 현재는 DSP의 미국법인 공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한국 영화는 한국 관객만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든다"며 비즈니스 차원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영화 '타이타닉'
로스 회장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이 국내에선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인 콘텐츠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땐 그 수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괴물>의 경우 한국에선 89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대작이지만 미국에선 200만 달러에 머물렀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를 보는 미국인은 아쉽게도 거의 없다"며 콘텐츠의 다양화를 주장했다. 한국의 영화들이 작품성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넘치지만 정작 글로벌한 작품이 나오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둔 영화는 대부분 영어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영화 순위를 보면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 전부가 CG 애니메이션이거나 VFX에 실사가 합성된 것 혹은 VFX로 만들어진 것뿐이다. <아바타>, <캐리비안의 해적>, <스파이더맨>, <다크나이트>, <슈렉> 등 CG의 영향력이 큰 영화들이다. 영화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멋진 시각 효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것', '세계 수준의 시각효과', '영어로 만들어진 것', '고유의 콘텐츠를 소유할 것', '글로벌한 스토리' 등은 로스 회장이 꼽은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특히 '시각효과'와 '글로벌한 스토리'는 대단히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시각효과는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예고편을 보고서도 CG나 VFX가 멋있어 보이면 그 영화를 꼭 보려고 한다. 영화 자체의 브랜드(콘텐츠)만으로 어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스파이더맨>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영화 제목만으로 관객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세계에서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만한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영화 '아바타'
그렇다면 한국 영화 산업에 이를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협업(JV/Collaboration)과 인재의 확보가 중요하다. 로스 회장은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장벽 없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협력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다른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콘텐츠의 로컬화 등이 포함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 인재를 수용하고 젊고 감각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야 함은 당연하다.

즉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할리우드 영화계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회사와 협력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흥행과 수익이 입증된 할리우드 스타일을 따르는 것도 한국영화 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할리우드 제작 흐름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로스 회장의 조언이다.

제작자나 감독에게 큰 권한이 실리는 시스템 때문에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VFX 회사나 작가들은 수익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 할리우드의 VFX 회사나 각본가들에게 접근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이다.

'2011 국제콘텐츠컨퍼런스' 조슬린 크리스티 강연 모습
즉 할리우드적 아이디어나 콘텐츠를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어 배우들에게 줄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줄이고 이들 회사와 협력해 영화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있어서 할리우드에의 접근법을 정확히 파악하는 눈과 귀가 필요한 시점이다.

키즈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아시나요

트랜스미디어 속에서 아동용 콘텐츠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DICON 2011'에서 눈에 띈 강연 중에 하나는 '창작과 제작'을 주제 로 아동용 콘텐츠에 대한 내용이다. 키즈스크린(Kidscreen)의 부대표이자 편집인으로, 국제 아동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조슬린 크리스티의 강연은 흥미로웠다. 최근 트랜스미디어의 동향과 함께 애니메이션 사업의 영향력을 짚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밝힌 키즈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10대 트렌드를 살펴보면, '트랜스미디어 브랜드 플레이닝', '3D TV 콘텐츠의 중요성', '웹TV 플랫폼과 콘텐츠의 개발', '미국 방송의 변화',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변화',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집중', '어린이 전용 앱의 시장성', '미취학 아동을 위한 감성 교육', '코미디 콘텐츠의 강화' 등이다.

특히 트랜스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하나의 소스는 트랜스미디어PD 혹은 팀에 의해 '멀티플랫폼' 탄생한다. 플랫폼별로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이야기 등이 세분화 돼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3D 콘텐츠나 애니메이션, 웹TV를 통한 소셜미디어 체험, 전용채널, 코미디 등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하면, 인터넷과 글로벌 시장의 융합이 대세인 상황에서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트랜스미디어의 활용은 중요한 대목이다. 조슬린 크리스티는 최근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감성적 교육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교과기술이 아닌 감성이나 사회교육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될 수 있으므로 전 세계 미취학 아동에게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라는 것. 또한 아동 TV채널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아동용 채널은 전 세계에 동시에 방영된다.

국내에서도 이들 채널이 그대로 방영되며 아이들의 성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디즈니, 카툰네트워크, 닉주니어 등의 채널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다.

때문에 이들 방송사들은 전 세계의 시청자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애니메이션도 전 세계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글로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조슬린 크리스티는 "코미디는 왕"이라며 아동용 콘텐츠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임을 강조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원한 트렌드는 코미디다. 이 코미디를 위해서는 캐릭터, 스토리, 상황전개가 필요하다. 말로는 쉽지만 셋 다 동시에 충족시키기는 상당히 어렵다. 가족 공동의 코미디를 반영할 수 있어야 보다 큰 시장에 접근이 가능하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