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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스타 시스템을 뒤집다
대중문화 소비자가 직접 뽑는 새 얼굴, 스타 등용문 '지각변동' 예고



△ 박한별

프로슈머(ProsumerㆍProducer(생산자)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중심의 스타 시스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 한해 시청자와 독자 그리고 네티즌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던 단어가 ‘얼짱’이다. 얼짱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 하나의 엄청난 문화 현상으로 한해를 수놓았다.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로 시작된 얼짱 열풍은 처음 중고생의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다 이제는 스포츠 선수, 레이싱걸 얼짱에서 우리 동네 얼짱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탐욕스러운 세포의 증식처럼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얼짱은 얼굴이 예쁜 사람들의 사진을 올려 인기 투표를 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전통적인 스타 시스템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 동안은 방송사, 영화사, 연예기획사 등 대중문화 생산자들이 신인을 발굴하고 교육, 조탁시켜 드라마, 영화, 음반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 데뷔시킨 뒤 유통 관리해 마침내 스타로 만드는 스타 제조 경로가 스타 시스템의 전형이었다. 당연히 대중문화 소비자인 대중은 생산자들이 제시해준 스타 후보들 중 일부를 선택해 스타로 부상시키는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


소비자 주도의 상향식 스타 시스템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대중 특히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은 이러한 스타 시스템의 전형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신의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환호를 받아 스타로 부상한 조PD처럼 자신을 직접 각종 사이트에 올려 스타 후보로 나서 네티즌들의 낙점을 받는 유형에서, 얼짱처럼 네티즌들이 스스로 나서 발굴한 사람들의 얼굴이나 노래 등을 사이트 등에 올려 대중의 눈길을 끈 다음 스타로 등극하는 유형까지 새로운 스타 시스템의 형태가 주요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의 스타 시스템이 대중문화 생산자 주도의 하향식이었다면 얼짱 등은 소비자 주도의 상향식 스타 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준다. 즉 스타 시스템에서 소비자가 생산자의 기능을 하는 프로슈머 시대가 열린 것이다.



△ 동성로 시스터즈



프로슈머 주도의 스타 시스템에서 스타로 부상한 연예인들은 벌써 상당수다. 영화 ‘여고괴담’, 드라마 ‘요조숙녀’에 출연하고 SBS ‘생방송 인기가요’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한별, 영화 ‘장화 홍련’ ‘ing’에 나와 인기가 높은 임수정 등은 얼짱 사이트 등을 통해 배출된 스타다.

이밖에도 얼짱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어 스타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이도 이주연, 임지연 등 적지 않다. 얼짱과 같은 사이트는 하루에도 수백개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얼짱에 그치지 않고 노래짱, 노래방짱까지 등장해 속속 대중의 시선을 잡아 스타 후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앨범 ‘마이 스토리’로 데뷔한 성훈, 도은영, 윤종은 하이스튜디오(histudio.net)사이트에 노래를 담은 동영상을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이 가수로 정식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동성로 시스터즈’는 노래방짱의 대표적인 경우다. 인터넷과 연결된 노래방 기기를 통해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노래방짱은 노래는 가수급이 아니지만 엽기 발랄한 춤과 행동이나 코믹한 행위로 인해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수란 등 여성 3명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 모습이 SBS ‘최수종쇼’에 소개돼 일약 스타덤에 오른 ‘동성로 시스터즈’의 멤버 중 박수란은 방송 한달도 안돼 연예 기획사에 계약을 맺고 연예계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비자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자 연예 기획사 등이 자사 소속 연예인을 일반인인 것처럼 속여 인터넷 사이트에 첨?네티즌들의 눈길을 끌려는 전략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스타와는 다른 친밀감



이처럼 프로슈머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잡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방송사나 영화사, 그리고 연예 기획사에 의해 배출된 미디어 스타들은 나와 멀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또 그들은 획일적이고 정형적인 연예인이라는 인식을 주기 쉽다. 반면 얼짱이나 노래짱같이 네티즌들에 의해 소개되고 스타로 부상한 경우는 먼저 내 주위의 친구 같은 친근감을 준다. 스타일도 대중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경우가 많다.

△ 오윤아

물론 프로슈머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자질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연예인 자원을 발굴하는 통로가 확대돼 연예계에 인적 자원이 풍부하게 돼 질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그동안 스타 시스템이 뛰어난 외모 등을 갖고 연예 기획사나 방송사, 영화사 등 기존 스타 생산자들에 발탁돼야만 스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었던 경직된 구조였으나 프로슈머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열정과 노력 그리고 실력만 갖추면 언제든지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의 바람직한 형태여서 기존의 스타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고도 스타로 부상할 확률이 적은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스타 시스템이 프로슈머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자리 잡음에 따라 저비용 고효율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저비용ㆍ고효율 불구 자질 검증에 한계



하지만 프로슈머 주도의 스타 시스템에도 적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단순히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외모나 부분적인 노래 실력으로 스타 후보를 선정하기 때문에 스타로서의 진정한 자질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조작과 변형이 쉬운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상 사이트에 오른 외모나 노래가 조작되는 경우도 많아 스타의 자질을 검증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로 인해 실력 없는 사람들이 네티즌의 호응만으로 스타로 부상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드라마 ‘요조숙녀’에서 연기를 한 박한별은 대사 연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위에서 말한 긍정적인 측면을 발전시키고 부정적인 측면은 개선하게 되면 진정한 프로슈머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연예 기획사나 방송사, 영화사 근처를 배회할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시선 주위에서 맴돌아야만 하는 때가 곧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중문화 소비자들도 스타 생산과정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거나 반영시키는 능동적 소비자로 탈바꿈해 대중 문화의 주체자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2-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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