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만성 기침


겨울철에 흔히 나타나고, 사소하다고 그냥 지나가면 다른 큰 질환을 불러 올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만성 기침이다. 요즈음은 추위로 환기를 잘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실내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고, 대기오염이 심하며, 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떨어져 기침환자가 늘고 있다. 열이나 콧물과 같은 감기 증상 없이 마른기침만 계속 하는 사람들은 기침을 제외하고는 다른 불편함이 없고 단순 감기가 좀 오래가는 것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침은 폐를 지키는 개’라고 하여 기관 및 기관지계의 분비물이나 이물질을 청소해 내는 폐의 방어기전이다. 오랫동안 기침을 하게 되면 기관지에 계속 자극을 주게 됨은 물론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며, 심하면 구토까지 하고 여자들은 요실금 증세가 동반되며 대인 관계에서도 불쾌감을 주게 되므로 반드시 그 원인을 규명하여 치료 받아야 한다.

기침은 한방에서 해수(咳嗽), 천해(喘咳), 효천(哮喘) 등으로 불린다. 외부의 부적절한 기후환경이나 평소 섭생이 잘못된 상태인 지나친 과로, 과음, 과식, 감정의 억울 등이 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원인들이 인체의 오장육부에 직접 이상을 일으키거나 기혈음양(氣血陰陽)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기침이 유발되는 것이다.

기침의 내용도 동의보감에서는 16종 해수, 오장육부의 명칭에 따라 11종 해수 등으로 나누어 원인과 증상도 복잡하다. 크게는 감기 증상으로 생긴 ‘외감해수(外感咳嗽)’ 인지 장부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한 ‘내상해수(內傷咳嗽)’ 인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발병이 빠르고 병의 경과가 짧으며 오한, 발열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며, 후자는 발병이 완만하고 경과가 길며 허증(虛症)인 경우가 많아서 속효가 쉽지 않다.

만성 기침이 있는 환자는 실내외 기온과 습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적당하게 난방하고 가습기를 사용하여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고 찬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한다. 큰 소리로 오래 이야기하고 웃거나 노래를 부르지 말고 목이 불편해도 세게 기침하지 않는다. 자칫 물리적인 자극으로 후두의 염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금연을 하게 되면 1개월도 되지 않아 기관지의 염증이 감소하고 2개월이 되면 기침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 맵고 짠 음식, 과식, 커피, 탄산음료도 제한하는 것이 좋고 수분섭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선이나 과일 야채 섭취가 부족한 어린이들이 겨울철 감기와 기침이 잘 걸린다고 하니 예방을 위해서 평소에 이러한 것을 충분히 먹어 주는 것도 좋겠다.

기침에는 도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도라지는 주성분이 사포닌으로 독성이 없고 중추신경을 억제해 진정, 진통, 해열, 강압 작용이 있고 호흡 순환기에 작용해 진해, 거담, 혈관확장 작용이 뛰어나다. 감기, 기침으로 열이 있고, 가래가 끓을 때에는 도라지와 귤 껍질을 같은 양으로 달여 마신다. 귤 껍질도 가래를 삭히며 기침을 가라앉히며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부럼인 호두, 잣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정력증진,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크고,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여 기침, 가래를 삭여주므로 천식 해소에 좋다. 은행도 진해제로 호흡기 기능을 도와주고 기침과 담을 다스린다. 단, 날것은 독성이 있으며 구운 것이라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지압법으로 대추(大椎, 목을 굽혔을 때 경추의 제일 아래 돌출된 부분), 중부(中府, 쇄골의 바깥쪽 아래로 어깨 관절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를 눌러주면 기침을 완화시키거나 천식발작 예방효과가 있다.

입력시간 : 2004-01-0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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