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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덕유산 눈꽃
황홀경의 눈꽃세상, 그곳은 雪國
향적봉에 오르면 장쾌한 능선의 아름다움에 매료


한반도의 뼈대인 백두대간에 속하는 덕유산(1,614m)은 장쾌한 능선에 피어난 아름다운 눈꽃이 장관을 이루는 산이다. 경관은 이 땅에서 제법 이름 날리고 있는 대관령이나 태백산 등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서 겨울을 사랑하는 이들은 눈꽃, 서리꽃이 황홀하게 유혹하는 이런 계절이 되면 두 말 않고 덕유산 품으로 달려간다.


▽ 향적봉 오르는 길에 반겨주는 설화





별미즐기기 어죽 무주의 주민들이 한여름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기던 음식인 어죽은 이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무주의 별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금강에서 잡은 피라미, 모래무지, 피라미, 빠가사리 등 웬만한 민물고기는 모두 어죽의 재료가 된다. 무주군청 뒷골목의 금강식당(063-322-0979)이 유명하다. 한 그릇에 4,000원.

숙식 덕유산 입구인 삼공리 구천동관광지구에는 알프스산장(063-322-2350), 구천장(063-322-0880) 등 30~40개의 장급 여관과 민박집이 있다. 무주리조트 입구에도 모텔덕유산(063-322-1001), 문리버(063-322-7009), 나오스(063-322-4448) 등 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교통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매우 접근이 쉽다. 수도권 등 북쪽에서는 무주 나들목, 호남영남 등 남쪽에서는 덕유산 나들목으로 나와 '무주구천동' 이정표를 따라 19번 국도를 탄다. 무주 나들목→19번 국도(안성 방향)→4km→49번 국가지원지방도→9km→(우회전)→무주구천동.


눈꽃이 아름다운 덕유산을 오르려면 구천동 집단시설지구에서 발품을 파는 게 일반적이다. 9,000명의 성인이 숨어살았다는 깊은 계곡은 20세기 후반 이후 숨어 살 곳 없을 정도로 낱낱이 드러났지만, 이런 한적한 겨울에는 예전의 운치가 조금 살아난다.

달빛 아래서야 제빛을 드러낸다는 월하탄(月下灘)과 인사하고, 인월담 사자담 다연대 지나면 오를수록 눈이 점점 많아진다. 백련사 스님들이 몸과 마음을 씻던 백련담 스치면 이내 백련사 일주문이 반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9,000의 승려가 있다던 구천동 절집의 내력을 증거하는 듯한 부도밭이 눈 속에도 정겹다. 이어 사바세계와 연을 끊는다는 이속대(離俗臺) 흰눈에 발자국 남기면 백련사(白蓮寺) 풍경소리에 마음이 정갈해진다.

대웅전 들러 부처님께 삼 배 올리면 저 멀리서 향적봉이 손짓하는데, 대부분 겨울 관광객들은 이곳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1시간 30분만 발품을 들이면 중부지방 최고의 눈꽃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용기를 내보는 게 좋다.

눈이 잔뜩 쌓인 가파른 산길을 얼마쯤 올랐을까. 가끔 하얀 눈꽃 피운 주목과 인사하다 보면 드디어 향적봉 정상의 돌탑이 반긴다. 동쪽으론 가야산(1,430m)이 손에 잡힐 듯하고, 남쪽으론 지리산(1,915m)이 그리움처럼 아련하다.

눈꽃의 생명은 짧다. 그래서 덕유산 능선에 핀 눈꽃을 매일 볼 수는 없겠지만, 일 년에 단 한번만 피고 마는 봄꽃과는 달리, 눈이 자주 내리는 정월이 되면 그때마다 눈꽃을 피우므로 봄꽃 얼굴 보기보다 수월한 편이다. 인연이 닿지 않아 눈꽃을 못 보았다 해도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서리꽃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시설지구에서 내구천동을 구경하며 향적봉 다녀오는 회귀코스는 산행시간만 5시간 30분쯤 걸리므로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다. 입장료 어른 3,2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 주차료 4,000원. 관리사무소 전화 063-322-3174.

한편, 무주리조트(063-322-9000)에서 곤돌라를 타면 30분쯤 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어린이나 노인을 동반했을 때 이용하면 좋다. 왕복(어른 10,000원, 어린이 7,000원)과 편도(어른 6,000원, 어린이 4,500원)가 있다. 리조트입장료 3,000원. 3월말까지 무주리조트에서 열리는 하얼빈 빙등축제(입장료 10,000원)도 볼만하다.

▽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던 나제통문

덕유산 눈꽃을 감상한 후에는 승용차를 타고 외구천동을 둘러보자.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기슭에서 발원해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합류하는 물줄기를 일컫는 ‘무주 구천동’은 36㎞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그 아름다운 경관은 ‘구천동 33경’으로 집약된다.

나제통문은 삼국시대 당시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 굴은 일제 때 뚫린 것이다.



33경중 제1경이면서 덕유산 찾은 이들은 한번은 들르게 되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 비록 삼국시대가 아닌 일제 때 뚫렸고, 높이 3m, 길이 10m의 작다면 작은 바위굴이지만, 무주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무주구천동 물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석견산(石絹山)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고, 그 바위 능선으로는 설천과 무풍을 잇는 나제통도(羅濟通道)라는 고갯길이 있었다. 이 능선을 경계로 동쪽의 무풍은 신라 무산 땅이었고, 서쪽의 설천ㆍ적상면과 무주읍 등은 백제 적천 땅이었다. 이곳을 경계로 쌍방에 피 터지는 분쟁이 있었지만 삼국통일 이후 통합되었다.

그러다 일제 때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석견산에 굴이 뚫으면서 현재의 굴이 생겼다. 처음 이름은 설천면에 있는 굴이라 하여 설천굴(雪川窟). 그러다 이곳이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는 유래에 착안해 나제동문(羅濟洞門)이나 나제통문 등으로 부르다가 나제통문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비록 이렇게 행정구역을 합쳤어도 아직도 나제통문 양쪽의 언어와 관습이 다르다 하니 참으로 질긴 게 인습인가보다.



글 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2-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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