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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프레소] 색스폰 주자 얀 가바렉 내한공연
북유럽 재즈의 진국에 빠져보자





색소폰 주자 얀 가바렉(Jan Garbarekㆍ57)이 온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부는 악기라면 모두 능통한 재즈 뮤지션이다. 여러 종류의 색소폰(베이스ㆍ테너ㆍ소프라노)은 물론, 클라리넷과 플루트 연주에다 작곡 실력까지 겸비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2년전 2월 17일 첫 내한 공연을 가졌으니, 한국이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의 본령을 펼쳐 보이겠다는 기염이다. 바로, 유럽 재즈의 진수를 선보이겠다는 것. 저명한 평론가 요아힘 베렌트는 가바렉의 위치를 이렇게 압축했다. “ 가바렉은 미국 재즈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유일한 유럽 색소폰 주자.”그의 예술적ㆍ상업적 위상을 한 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국내의 많은 재즈팬들은 재즈로 본격 입문하게 해 준 것이 키스 재릿의 ‘ My Song’이었다고 고백한다. 당시 거기에 참여했던 쟁쟁한 뮤지션들 가운데 유일한 비미국인이 바로 가바렉이다. 찰리 파커나 존 콜트레인류의 격정적 색소폰이 아닌, 꿈꾸듯 유려하게 노래하는 그의 색소폰은 재즈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2002년에 가졌던 첫 내한 공연의 풍경을 떠올려 보자. 당시 그가 한국팬들 앞에서 펼쳤던 음악은 말하자면 크로스오버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는 재즈-록 퓨전이 아닌, 이질적인 음악 요소들을 한 데 묶는다는 본래적 의미의 크로스오버였다. 중세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중창단 힐리어드 앙상블과 함께 천국의 화음을 들려 주었다. 미국이나 영국식의 상업주의 음악은 흉내조차 내기 힘든 세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터다.

그럼에도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가바렉’을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왔던 국내팬이라면 뭔가 미진했던 구석이 있었다. 두번째 내한 공연은 그 같은 미진함을 속시원히 풀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릴린 마주어(드럼), 에버하드 웨버(베이스), 라이너 브루닝하우스(건반) 등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왔던 자신의 그룹이 펼쳐 줄 재즈이다.

그가 재즈, 그것도 색소폰에 심취하게 된 것은 14세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존 콜트레인의 연주를 듣게 되면서부터 였다. 그가 자신만의 어법을 개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0년(23세) 두 달 동안 뉴욕에 머문 것이었다. 오네트 콜먼을 중심으로 해 전개되고 있던 흑인 전위(black anant-garde) 운동에 눈뜨게 되면서 콜먼의 열렬한 추종자로 변모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조화를 중시했던 그는 극단적 전위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흑인의 전위 운동을 낭만주의와 결합시켜, 재즈를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키자는 결심이었다.

가바렉이 새로운 어법의 재즈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게 된 것은 1968년 레코드 회사 ECM과 맺게 된 인연 때문. 그를 눈여겨 보던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혀에게 발탁된 이래 가바렉은 간판격 아티스트로서의 위치를 단단히 구축해 오고 있는 터다.

여기서 그처럼 재즈의 새로운 지평을 가능하게 했던 레이블 ECM에 대해 알아 보자. ECM은 1970년대 만개한 유럽 재즈를 한 데 묶어 낼,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서 닻을 올렸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스칸디나비아의 독특한 재즈가 구체적 추동력을 제공했는데 가바렉의 고향 노르웨이도 그 주축의 하나였던 것.

함께 연주할 ‘얀 가바렉 그룹’의 나이 지긋한 멤버들을 잠시 살펴 보자. 덴마크 출신의 여성 드러머 말리린 마주어가 우선 눈에 띈다. 다양하고 폭 넓은 음악성이 최고의 미덕이다. 마일즈 데이비스 그룹, 웨인 쇼터 퀸텟, 길 에번스 오케스트라 등 쟁쟁한 대가들의 연주단을 거쳤다. 독일 태생의 베이시스트 에버하르트 베버는 1970년대 중반, 게리 버튼과 랠프 타우너 등 거물들과 함께 취입해 당시까지만 해도 평가절하돼 온 백인 베이스의 위치를 일거에 격상시켰다. 피아니스트 라이너 브륀잉하우스는 투츠 틸레망 등 거물들과 협연해 온 사람,

이번 콘서트는 ‘12개의 달(Twelve Moonsㆍ1992)’, ‘보이는 세계(The Visible Worldㆍ1995)’, ‘ 제의(Ritesㆍ1998)’ 등 근작 앨범들을 중심으로 해 펼쳐진다. 2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487-7800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2-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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