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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변산반도 내소사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와 곰소·채석강 등의 빼어난 풍광 만나기

변산의 최고봉인 의상봉(509m)을 주봉으로 해서 칠산 앞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변산반도는 ‘서해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땅덩어리다. 바다와 접한 해안 쪽을 외변산이라 하고 산봉우리들 첩첩 쌓인 내륙쪽을 내변산이라 구분하지만, 변산은 안팎을 가릴 것도 없이 어디를 가나 눈을 놀라게 하는 절경이 반기니 언제 찾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 ‘서해의 진주’를 지켜온 천년고찰의 설경





변산반도는 서해에 접한 땅 중에 눈이 많은 다설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계절엔 눈꽃 소담스런 설경을 만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서해의 진주’에서 최고의 설경은 오랜 세월 동안 변산반도의 정신세계를 지켜온 내소사(來蘇寺)가 꼽힌다. 변산반도는 최근 위도 핵폐기장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지만, 산문(山門)은 늘 열려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내소사로 향하다 보면 염전에 둘러싸인 작은 포구 곰소가 반긴다. 제철이라면 하얀 눈처럼 빛나는 염전이 반길 테지만, 눈 내리는 겨울의 염전은 ‘소금같이 반짝이는 백설’이 가득 뒤덮고 있다. 방문객들은 동화의 나라 같은 이색적인 염전 풍광에 감탄사를 터뜨린다.

염전을 벗어나면 길은 곰소항으로 향한다. 바다와 접한 아담한 어시장에는 맛조개 바지락 모시조개 꽃게 같은 갯것들과 광어 우럭 등 각종 싱싱한 횟감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질펀한 사투리로 고객을 부르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도 정겨운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싱싱한 회 한 접시 들고 눈길을 바다로 돌리면 항구의 고깃배들은 내리는 흰눈을 다 맞고 있다. 겨울 낭만 물씬 풍기는 정겨운 포구 풍경이다.

눈 내리는 곰소항을 뒤로하고 10분쯤 달리면 드디어 내소사(來蘇寺) 들머리.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이 길은 내소사의 자랑이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에 이르는 500m쯤 되는 길 좌우에는 키가 큰 아름드리 전나무와 단풍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는데, 새싹이 돋는 이른봄이거나 성하의 여름이거나 낙엽이 휘날리는 늦가을이거나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나면서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는다.

요즘 같이 눈이 자주 내리는 겨울엔 여느 계절에도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정취가 가득 피어난다. 쌓인 흰눈을 밟으며 뽀드득뽀드득 걷다 보면 전나무 가지에 쌓였던 어른 주먹만한 눈덩이가 떨어지며 머리를 툭툭 친다. 쏟아지는 눈 때문에 눈앞의 절집이 신기루처럼 비치기도 한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 섞여있는 전나무 향기를 맡으면 사바세계의 고통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하다.

'서해의 진주'로 불리는 변산반도를 지켜온
천년고찰 내소사 설경과 눈 내리는 곰소항
겨울 풍경도 정겨운 맛이 물씬 풍긴다.

숙식 내소사 가는 길에 들르게 되는 곰소항 부둣가엔 싱싱수산(063-581-4801) 등 파도소리를 들으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여럿 있다. 변산의 별미로는 반도 북쪽 대항리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의 바지락죽이 유명하다. 갖가지 양념으로 맛을 낸 바지락죽은 맛이 아주 부드럽다. 숙박업소는 곰소항, 모항, 격포 등 경치 좋은 해안을 따라 많이 있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접근하는 데 3시간도 안 걸린다. 줄포 나들목→23번 국도(부안 방향)→3km→보안면 소재지(좌회전)→30번 국도(진서 방향)→5km→삼거리. 여기서 곧장 국도를 따라 2km 가면 곰소항이, 우회전해 지방도로 3km 가면 내소사가 나온다. 변산반도 북쪽 해안을 먼저 둘러보려면 부안 나들목으로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 읍내를 지나면 된다.


날리는 눈발에 넋을 잃은 채 천왕문을 지나면 633년에 창건되었다는 천년고찰 내소사가 꿈결처럼 반긴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낸다는 950살 먹은 ‘할아버지 당나무’도 온몸을 하얗게 단장했고, 봄을 그리는 꿈을 꾸고 있던 온갖 나무에는 새하얀 눈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난다.

하얀 솜이불을 덮은 나지막한 돌담과 삼층석탑도 정겹다. 화려하면서도 소탈한 멋으로 잘 알려진 대웅보전(보물 제291호)도 반갑고, 그 문을 장식한 연꽃 국화꽃 같은 꽃창살 문양도 이런 날엔 하얀 눈밭에 소담스레 핀 꽃송이가 된다. 문득 하얀 눈발 사이로 풍경소리 다정하니 반나절 다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내소사의 겨울 정취다.

△ 변산반도 드라이브 곁들이면 좋아

허나 기왕에 나선 나들이길이니 나라 안에서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변산반도 일주를 곁들이면 어떨까. 한쪽 옆구리에 겨울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평선에 눈을 베이기도 하고 널따란 갯벌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또 자그마한 항구에선 온몸으로 바닷바람을 받아들이는 작은 배들이 풍랑에 뒤척이는 광경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눈 덮인 갯벌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채석강(採石江)은 변산반도 해안 경치 중 으뜸 경관을 자랑한다. 그 절벽은 마치 수만 권의 고서적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 같이 보인다. 썰물 때면 서해의 바닷바람과 파도가 오랜 세월 동안 빚은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해식동굴도 구경할 수 있다. 채석강 일몰은 서해 3대 낙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2-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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